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는 이건희 회장. 삼성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가족들이 내야하는 막대한 상속세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규모가 역대 최대이며, 국가의 상속·증여세 1년 세입예산보다 많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내야할 상속세는 최소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생전 보유한 상장 주식 평가액에 상속세율을 곱해 추산한 수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지분율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71억원어치다. 상속세는 상속 시점 전후 총 4개월간의 평균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지난 8월말부터 오는 12월말까지의 평균액에 따라 이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가 정해진다.
상속세율은 최고세율을 적용받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50%의 세율이 매겨진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20% 할증이 더해진다. 세금을 자진 신고할 때 3%의 공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체 상속세 규모가 11조원 선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기업인 상속 사례 중 최대 규모의 세금을 물게 될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다. 서울역 /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속세 규모는 한해 상속 및 증여세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1년간 상속증여세로 걷은 세금은 모두 8조3292억원이었다. 올해도 연말까지 8조4166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상속증여세 증가 요인을 감안해 2021년도 상속증여세 세입 예산을 올해보다 8.1% 많은 9조999억원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올해에 비해 상당량 증액한 내년 예산도 이 회장의 주식과 관련된 상속세 예상액 총량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 회장의 상속세를 내년에 모두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등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나누어 납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연부연납은 연이자 1.8%를 적용해 첫 세금 납부 때 내야 할 총액의 6분의 1만 내고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이 방식으로 내고 있다. 이를 삼성그룹 사례에 적용하면 내년 4월까지 우선 약 2조5000억원 가량을 내고 2026년 4월까지 남은 금액을 나누어 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내년도 상속증여세 세입 예산의 약 27%에, 지난해 상속세 수입 3조1542억원의 80%에 해당한다. 국가 전체 세입예산 282조8174억원의 1%에 육박한다. 정부가 삼성그룹 상속세라는 변수를 만나 세입 예산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세입 예산 수정 등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더 파악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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