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13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터키 리라 가치 폭락 등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충격의 전이 여부와 범위가 관심사다.
우선 유럽 은행들의 피해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달러와 스위스 프랑, 일본 엔 등 안전통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JP모간은 지난주 말 보고서에서 터키 리라 폭락의 영향이 유럽 은행의 익스포져와 글로벌 리스크 여건 훼손 등의 경로로 유로에 전이되고 있다면서 유로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달러 매수를 늘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과 직결되는 일부 리스크 지표들은 출렁이고 있다.
신흥국 금융 리스크를 반영하는 EMBI(신흥국채권지수) 스프레드는 급등해 직전 고점에 도달했고 신흥국 통화 지수 또한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이에 이날 달러/원 환율은 1135원대로 속등해 연고점인 1140원 선에 바짝 다가섰고, 엔/원 재정환율도 100엔당 1030원대로 급등해 올해 고점인 1030원 후반대에 근접하고 있다.
코스피도 1.5%가량 하락 중이다.
다만 이런 시장 변동성을 확대 해석하는 움직임은 제한되고 있다.
다른 리스크 지표들을 살펴보자.
월가의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일(현지시간) 13.16포인트로 전일비 약 16% 올랐다. 하지만 올해 초 뉴욕 증시가 대대적인 조정을 받았을 때 37포인트로 급등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얌전한 움직임이었다.
한편 한국 달러 국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43bp 수준으로 최근 41-2bp 부근서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오른 정도다. 단기 외화자금 사정을 반영하는 지표인 달러/원 FX스왑포인트도 조금 하락한 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냉정한 시각이 유지되는 데는 외환 건전성이 탄탄한 신흥국들의 차별화와 함께 터키 금융 불안이 여타 다른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터키는 물론 러시아 및 중국 금융 불안 지속에 따른 달러화 가치 급등으로 전체 이머징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터키의 경우 아직 EU 회원국도 아니고 특히 그리스와 달리 유로존 국가가 아니라면서 "그리스 등 PIGS 국가(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위기 당시에는 부채 규모도 문제였지만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유로 체제 등 금융시스템 붕괴 가능성이었다"면서 터키 디폴트 선언이 그리스 등 PIGS 국가들이 촉발했던 재정위기와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한국의 경우 터키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데다 사실상 터키가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노출 정도도 감내할 수준이 아닌가 한다"면서 "현재 주식시장 등이 반응하고 있지만 외화자금 시장도 별 반응이 없는 등 국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확대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터키 익스포져를 줄이기 위한 여타 기관들의 프락시 헤지에 따른 영향과 유로 약세 등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 등 중장기적 측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