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기가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유럽이 올 들어 부진한 경제지표를 쏟아내고 있지만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이 완화될 시점을 노린다면 지금이 유럽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돈 빠지는 유럽 펀드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공모형 펀드 38개에선 최근 한 달간 75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올해 들어 117억원이 순유출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7~13일 한 주간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패시브펀드에서는 59억38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주 단위 순유출 규모로 2년 반 만의 최대치였다.
유럽 경기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지난달 독일과 이탈리아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 밑으로 하락했다. 경기 악화를 예상한 응답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작년 11월 전망치(1.9%)에서 0.6%포인트 내렸다.
최근 선행지표는 반등 중
‘좋은 소식’이 없는 듯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유럽 경기와 산업동향이 올 1~2분기 반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경기 부진의 주원인인 독일의 자동차 수출이 최악을 벗어나고 있다는 전망이 주된 근거다. 하이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독일 민간경제연구소 ifo가 발표한 독일의 향후 3개월 수출 기대지수는 지난해 1월 23.8에서 10월 6.4로 떨어졌으나 11월 6.9, 12월 8.4, 올해 1월 9.8까지 반등했다. 독일 분데스방크가 발표하는 독일 자동차 해외수출주문지수도 작년 1월 112.0에서 7월 94.4로 떨어졌다가 12월 122.3으로 급등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수석전략가는 “소비자신뢰지수 등 내수 관련 지표도 반등 중이어서 유럽 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불안 역시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PS 증가율로 볼 때 유로존 경기소비재 업종은 작년 4분기가, 소비재 업종은 올 1분기가 저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독일과 프랑스 기업을 압박한 독일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라인강 수위 저하의 영향,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등의 악재가 점차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지수 반등에도 유로스톡스5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2.7배에 불과해 가격 매력이 높은 상태”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이 진정된다면 2분기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불안한 유럽, 펀드서 돈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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