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3월31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2개 주식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도이체뵈르제(Deutsche Boerse)의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눈물을 흘릴 이들이 많은 듯 보인다.
일단 이 합병을 불허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LSE가 이탈리아 청산소를 매각해 독점 우려를 해소하라는 요청을 거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LSE는 EU가 애초에 이런 요구를 한 것이 불만이다. 도이체뵈르제는 300억달러의 유럽 인프라를 놓친 것이 아깝다.
합병이 무산된 것이 정확히 누구의 잘못인지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우선 EU 집행위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반독점경쟁 분과위원장이 프랑스 청산소를 매각한 것만으로는 독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이탈리아 청산소 매각을 주문했으나 자비에르 로레 LSE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거부해 합병을 무산케 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자산을 처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LSE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넘어설 수 없는 장애물이라 볼 수 없다.
결국 누구도 슬퍼할 이유가 없다. 물론 합병이 성사됐다면 50억유로에 달하는 시너지 효과가 창출됐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은 합병 회사의 본사를 런던에 배치하겠다는 결정을 비웃었다. 또한 카르스텐 켄게테르 도이체뵈르제 CEO가 내부자 거래로 조사를 받는 것이 LSE로서는 당연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큰 문제다.
브렉시트 여파로 인해 영국과 EU 대륙 시장 모두에서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모든 결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비용절감책이 돼 버렸다. 또한 브렉시트 때문에 합병을 통해 영국과 유럽 고객들이 신용거래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아마도 이 때문에 LSE의 런던청산소(LCH)가 일부 사업을 도이체뵈르제의 유렉스에 넘기고, 또 유렉스가 일부 사업을 LCH에 넘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U가 합병을 불허한 이후 양사의 주가가 오른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이미 합병 시너지가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사의 주가는 지난해 2월 합병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비해 올랐다. 주주들이 수수료로 수백만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합병이 무산돼 눈물을 흘릴 이들은 처음부터 명백했던 리스크를 제대로 보지 못한 로레와 카르스텐 CEO 및 이사회 뿐이다.
** 본 칼럼은 조지 헤이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