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뉴햄프셔, 2월11일 (로이터) - 미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대선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그녀는 74세의 남성을 선호한 여성들의 반란으로 9일 주요 경선주에서 패배했다.
NBC뉴스의 출구조사 결과 국무장관, 상원의원, 영부인을 역임한 클린턴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여성 유권자의 44%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이는 당내 경쟁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55%에 대비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클린턴의 패배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자신이 젊은 층의 충분한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승복 연설에서 "나는 특히 젊은층에 대해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45세 이상 여성 유권자의 56%지지를 획득한 것으로 ABC 뉴스 출구조사 결과 드러났다. 반면 45세 이하 여성의 69%는 샌더스에게 표를 던졌으며 30세 이하에서는 무려 82%였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의 ‘ 태생적 뿌리'를 거부하면서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던 버락 오바마와 달리 클린턴(68)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여성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강조해 왔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유세 도중 클린턴이 첫 여성 대통령으로써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샌더스는 부유층에 유리한 경제 시스템을 뜯어 고치겠다는 공약으로 젊은 층에 어필했다.
클린턴은 자신은 ‘단단하고 높은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깨뜨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4명의 여성 상원의원들과 매기 하산 뉴햄프셔 주지사, 그리고 남녀 평등임금 법안으로 유명한 릴리 레드베터 등과 함께 유세를 펼쳤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유세에서 클린턴을 소개하면서 "서로 돕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지옥의 특별한 장소'가 기다리고 있다"는 기존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또 저명 여성인권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젊은 여성들이 샌더스 유세장에 모이는 이유는 그 곳에 젊은 남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지지 여성들은 첫 미 국무장관 올브라이트와 스타이넘이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며 공격에 나섰다.
클린턴은 다음 경선주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여성으로써의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캐서린 윌버(20)는 자신은 아직 투표할 당이나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은 2016년"이라며 "여성이니까 여성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뉴햄프셔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아만다 콜만(26)은 후보들은 성별이 아닌 이슈에 대한 입장에 따라 선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만다 베커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