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30일 (로이터) 이경호 기자 -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는 외환딜러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현재 환율이 1150원대 초반 레벨까지 하락한 가운데 1150원선의 지지선을 무너뜨리고 1130원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환율은 지난주 1150원대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력을 확인한 뒤 반등해 숨을 골랐고 시장 참가자들도 방향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밤 있었던 자넷 옐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설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됐고 이것이 달러/원 시장에서도 하락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옐렌 의장은 간밤 연설에서 "글로벌 리스크들이 미국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지만 이를 적절히 감안해 여전히 `신중한` 금리 인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이벤트 전까지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일부 연준 인사들이 다음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발언들을 내놓으면서 달러화가 은근한 강세 무드였다.
하지만 옐렌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이러한 분위기가 주춤했고 발언 내용이 확인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달러 약세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이는 달러/원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예상대로 였다. 연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고용보다는 물가쪽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고 최근 소비 지표 등이 안 좋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을 서두를 명분이 약화된 상태였다"면서 "주말 고용지표가 있지만 특별한 서프라이즈만 없다면 환율은 더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딜러는 "이제 방향이 아래쪽으로 확인된 것 같다. 1130원 정도가 다음 타겟이 될 것이다. 역내외로 롱스탑을 해야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옐렌이 쐐기를 박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도 있다.
1150원선이 심리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중요한 레벨인 만큼 환율이 쉽게 추가 하락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견해들이다.
변수도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이 1150원 아래로 추가 하락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고 또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재료도 언급되고 있다.
다른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미국 금리 재료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월말을 벗어나고 또 4월에는 배당금도 있는데 굳이 여기서 아래쪽으로 치우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