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70세.
재계에선 조 회장이 항공산업 발전 등 경제에 기여한 공이 큰 만큼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45년간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낸 리더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생전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언론 인터뷰에서 “서비스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곳을 벤치마킹 한다기보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유연성 있게 규정, 안전 범위 내에서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 즉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았으면 한다”면서 “대한항공은 믿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다는 생각을 심는 것이 목표”라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엔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장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엔 ‘한 우물을 판’ 기업들이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하면서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진정성을 언급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자재, 기획, 영업 등 주요 업무를 경험한 뒤 1992년 사장에 올랐다. 45년 동안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기업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쉼없이 뛰었다.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항공기 166대, 43개국 111개 도시의 노선을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섰다. 1969년 창업 당시(항공기 8대‧3개 노선)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다.
조 회장은 위기 속 투자로 승부사의 기질도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항공기를 팔고 재임차 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듬해에는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사는 등 결단력을 발휘했다.
그는 2017년 창립 48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대한항공만의 차원이 다른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2013년엔 “미래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할 일을 다 하고 정도를 걷는다면 어떠한 경영환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날이 새롭고 더욱 새로워 진다는 ‘신우일신’의 자세로 항상 변화하면서 어려움에 대비한다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한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이 밖에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해왔다. 그는 2014년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준비와 경기장 및 계‧페회식장 준공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다만 2014년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지난해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물컵 갑질’ 논란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 가족들로부터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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