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소비 심리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여행비, 옷값은 물론 교육비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2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8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전월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탄핵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던 작년 2월(93.9) 후 21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치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 심리가 악화되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이달 경기판단 CSI는 62, 향후경기전망 CSI는 72로 작년 2,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려났다. 한은은 “국내와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데다 고용지표 부진, 주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쳐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 분야별로 보면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줄이지 않던 교육비까지 아끼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교육비 지출전망 CSI는 올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101을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교육비 지출전망 CSI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04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행비와 의류비 지출전망 CSI도 각각 89, 97로 전달보다 3포인트씩 떨어졌다. 여행비 지출전망 CSI는 2016년 11월(88) 후 가장 낮았다.
빚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달 가계부채전망 CSI는 102로 2012년 12월(103) 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줄줄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뚜렷해진 영향이다.
기업 체감경기도 악화일로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600대 기업(매출 기준)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전망치가 88.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작년 2월(87.7) 후 22개월 만의 최저치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기업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이유는 전통 산업의 부진에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과 중화학공업의 다음달 전망치는 각각 82.1, 79.2였다. 둘 다 35개월 만의 최저치다.
서민준/박상용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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