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는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도체 장비와 소재 국산화를 촉진하고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수입제한 조치에 이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결정과 관련, “반도체라는 초정밀제품을 만들 저력이 있는 만큼 소재와 장비도 국산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국산화의) 시간 단축을 위해선 정부 대학 국책연구소 대기업 중소기업이 5자 연합체를 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광주시 오포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공장 외벽은 커다란 태극기로 덮여 있다. 황 회장은 “직원들이 ‘기술독립’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365일 태극기를 걸어둔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로 한국 반도체산업에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수입품을 소재, 부품, 장비로 나눠보면 부품은 미국·유럽산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서도 “소재와 장비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등의 소재 수출규제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황 회장은 “(소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설사 국산화해도 비용이 많이 들면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결국은 국산화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이상 D램 1등 생산 국가로 안주하다 보니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란 중요한 화두를 놓치고 있었다”며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왔고 그 바탕엔 도전정신이 있었다. 이런 도전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성엔니어링은 반도체장비와 디스플레이장비 등 제조업체로 ‘기술독립’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장비 관련 원천기술이 18건, 관련 보유 특허는 2100건이 넘는다. 주력 생산제품은 화학증착장치(CVD), 원자층 증착장치(ALD), 드라이에처(웨이퍼 표면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장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장치 등이다.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피해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일부를 일본산을 쓰지만 이는 얼마든지 제3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이 극일(克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우리는 일본이 안 하는 것을 했다. 그러니 일본을 이길 수 있었다”며 “항상 5년 앞을 내다보고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반도체 등 산업 전반의 경쟁자이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사 이익까지 누리는 중국의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무서운 것은 엄청난 물량 위주의 투자도 투자지만 공무원들의 일하는 자세”라며 “주로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진 관료들은 기업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자국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산업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고 했다.
황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유럽계 반도체 장비회사인 한국ASM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때부터 장비 국산화에 관심을 가졌다. 1993년 퇴사 후 직원 2명과 함께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황 회장은 기업가정신 고양을 위해 설립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약력
△1959년생
△19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6년 한국ASM 입사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및 대표이사(현)
△2003년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 부회장
△2004년 인하대 명예공학박사
△2005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10~2012년 벤처기업협회 회장
△2013년~(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010~2015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2015년~2016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2018년~(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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