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종각 SC제일은행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지하철역 이름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이름을 사서 홍보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SC제일은행은 서울교통공사와 체결한 ‘종각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 계약’을 3년 연장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오는 2023년 7월까지 서울지하철 1호선의 종각역의 안내표지와 차량 안내방송 등에서 역명은 ‘종각(SC제일은행)’으로 표기된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수익 개선을 목표로 지하철역 이름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대외 홍보에 소극적이던 산업은행도 ‘지하철역 이름 전쟁’에 뛰어들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국회의사당역의 역명 병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이번달 공식 명칭은 ‘국회의사당(KDB산업은행)역’으로 바뀔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7년에는 국회의사당 역명 병기 사용자 모집 공고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올해 입찰에는 참여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산은의 지방이전 추진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하철역 명칭이 은행 간 갈등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의 역명 병기 사업에 단독 응찰해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이라는 이름을 따냈다. 당시 계약금은 3억800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같은해 하나은행이 을지로 신사옥을 완공하며 갈등이 빚어졌다. 하나은행이 신사옥을 준공하며 을지로입구역의 1·2번 출구와 이어지는 시설물 설치를 위한 토지 사용권까지 서울교통공사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은행의 갈등은 1·2번 출구에서만 ‘IBK기업은행’이라는 부역명을 삭제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역명 병기를 3년간 연장했다.
은행들이 지하철역 명칭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수한 광고 효과 때문이다. 현재 은행 이름이 역명에 병기된 종각역과 을지로입구역의 경우 일평균 승차인원이 각각 3만1000명, 3만3000명에 달한다. 이 역에서 타거나 내리지 않아도 지나치는 승객들도 안내방송을 통해 계속해서 명칭을 듣게 된다.
SC제일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종각역 역명 병기를 시작한 이후 2년6개월 간 브랜드 인지도가 3%포인트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점의 위치가 이 역 근방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며 “TV 광고 등과 비교했을 때 투입 비용에 비해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지하철역 명칭에 은행의 이름이 들어간 곳은 네 곳이다. 국회의사당역도 역명 병기가 시작되면 총 다섯곳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을 벗어나도 부산지하철 2호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과 대구지하철 2호선의 대구은행역이 있다. 두 역은 수도권전철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이름을 병기하는 것과 달리 공식 명칭이라는 차이가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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