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부산에서 설립된 가와이제약소.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세운 이 회사의 주인은 일본인이다. 해방 이후 가와이제약소는 경남위생시험소에서 일하던 지연삼이 불하받아 사명을 대한비타민화학공업사로 변경했는데 그 역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으로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의 효시가 바로 일본 가와이제약소인 셈이다.이와 같이 국내 제약산업은 일본에서 시작,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일본산 의약품, 어디까지 스며들었나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속앓이 중인 제약사들도 상당하다. 국내서 출발했어도 일본에서 초창기 기술 및 설비 대부분 이어 받거나 합작사를 세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은 1932년 12월 경성부에서 창업주 이름을 딴 '강중희 상점'으로 창업한 회사다. 1949년 동아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국내 회사로 성장했는데 2013년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해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일본 메이지 세이카 파마와 홍콩합작법인을 세웠고, 현재 양사의 앞글자를 딴 DM바이오가 운영중에 있다.JW중외제약도 일본과 관계가 깊다. 1945년 8월 중외제약소로 시작한 JW중외제약은 1992년 1월 C&C 신약연구소를 일본 쥬가이 제약과 합작해 설립했다. 쥬가이 제약 고템바 연구소 출신의 박찬희 상무가 신약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고, 같은 회사 출신의 호필수 상무도 C&C신약연구소 탐색연구센터장직에 있다.JW중외제약은 이외에도 리바로 원료를 일본 코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협심증 치료제 원료 니코달린은 쥬가이에서 수입중이다. JW중외제약의 리바로는 일본의 코와·닛산으로부터 도입한 약이다.한때 주인이 일본이던 대웅제약은 일본산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올메텍·세비카HCT·릭시아나(이상 다이이찌산쿄) 등이 대표적으로 길게는 2008년부터 협력관계가 지속중에 있다.일제 강점기 시절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은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약산업도 진출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의 수뇌부들이 만든 미도리쥬지를 시작으로 요시토미제약, 미츠비시화학, 도쿄다나베제약, 웰파이드 등 여러번의 인수합병 절차를 걸쳐 현재의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미쓰비시다나베파마의 고혈압 치료제 '헤르벤'은 당시 CJ제약사업부에서 공동프로모션 관계이며,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로 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이외에도 보령제약, 한미약품 등 다수의 제약사는 일본에서 원료를 구입하거나 일본산 제품 코프로모션은 물론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No Japan'…제약산업에선 통하지 않는 이유는?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은 국내 제약사에게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의약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허가부터 실사까지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은 다양한 방면을 통해 듣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분야에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허가"라고 꼬집었다.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변경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업체 실사를 비롯해 DMF 등록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이 보유하는 재고는 6개월에서 1년 분량이다. 공장 역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대부분 정해졌기 때문에 갑자기 생산을 늘릴 수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모 제약사 연구원은 "부형제 이외에 변경하는 자체가 부담"이라면서 "제약사들도 내색하기는 어려워도 일본이 원료약 수출을 거부하는 경우 실사 유예 등 일정한 법·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해결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일본 품목을 어디까지 봐야하냐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일본과 연결고리에 부담을 느끼는 제약사도 있다"라고 전했다.처방에 관한 부분도 문제다. 기존 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의 의약품 스위칭은 부담스럽다는게 대부분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국민건강권이 우선이라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한 개원의사는 "의원의 경우 기존 환자 케어가 1차적인 목표다. 약을 변경하는 부분은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 "상담이 필요하고, 전면적인 불매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부담은 되지만 당장 바꾸기 어려운 제약산업. 한일 약국이 서로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가운데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홀로서기 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재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