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경기 화성·수원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잘못 걷어간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중과세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한경 DB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등 4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잘못 거둔 법인지방소득세(법인소득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내는 세금)를 돌려 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세표준에 기업이 해외에서 낸 세금이 들어가 ‘이중과세’가 됐는데도 지자체들은 환급 요구를 거절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법인지방소득세 과표에 외국 납부세액을 넣는 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사업장이 있는 수원시 화성시 용인시 등 43개 지자체에 낸 법인지방소득세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2014~2017년(과세연도 기준) 낸 세금 가운데 384억원을 환급해달라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만도 등도 같은 이유로 경정청구(과다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했다.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삼성전자 등 기업들에 ‘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법인지방소득세 과세 근거를 들며 이중과세라고 해도 환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조세정의가 정치논리에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지자체들이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논리를 내세워 이중과세 방지라는 과세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이중과세한 세금 384억 돌려달라"…수원·화성 "못준다" 버텨
삼성·만도 등 기업들 환급요구에 43개 지자체, 불가방침 통보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잘못 걷어간 세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니 황당합니다.”(대기업 세무담당 임원)
“과세원칙까지 무시하는 건 납득이 안 됩니다.”(대형 로펌 변호사)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법원이 ‘이중과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6월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외국납부세액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원칙에도 반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4개월 뒤 이 같은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최고 사법기관이 기업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 일부가 ‘이중과세’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가 ‘지방재정 확충’을 내세우며 환급 요구를 거부하자 기업들은 감사원과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중과세 방지는 중요한 과세원칙”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께부터 전국 43개 지자체에 2014~2017년(과세연도 기준)에 낸 법인지방소득세 중 더 낸 세금 384억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수원과 화성에 각각 113억원, 용인에 55억원을 환급해달라고 했다. 대전 광주 평택 천안 전주 등 40개 지자체가 더 걷어간 세금은 103억원이다.
기업이 정부에 내는 법인세엔 외국에서 낸 세금이 빠진다. 법인세 과세표준엔 포함되지만 세액공제를 해준다.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다. 기업이 지자체에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는 다르다. 과표엔 기업이 해외에서 낸 세금이 들어가지만 별도의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없다. 기업으로선 해외에도 세금을 내고 지자체에 또 세금을 납부하는 셈이다. 대법원도 ‘이중과세’라고 판정한 이유다. 한 대기업 소속 세무사는 “지난해 연달아 나온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판결은 ‘이중과세’를 막겠다는 중요한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지자체에 공동대응 주문
세금을 돌려 달라는 요구를 받은 43개 지자체는 삼성전자에 ‘환급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지자체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외국납부세액에 대한 공제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을 빼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법인지방소득세는 지방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중과세 여부와 관계없이 더 걷어도 상관없다는 논리를 편다. 한 지자체의 세무담당자는 “지자체가 2014년부터 직접 법인지방소득세를 걷게 된 취지는 ‘지방재정 확충’에 있다”며 “법인지방소득세에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 세금을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세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자체들에 ‘공동대응’을 주문하며 지자체 논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한 법무법인의 세무 전문 변호사는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정치논리를 내세워 지자체와 정부가 ‘이중과세 방지’라는 조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인지방소득세에도 세액공제 필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계속 세금 환급을 거부하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감사원에 심사 청구를 제기했다. 행안부와 지자체들의 행정결정이 옳은지 감사원이 직접 따져봐달라는 주문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심판도 요청했다. 조세심판원 심판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관련 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다. 향후 나올 감사원과 조세심판원의 처분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에선 삼성전자의 법인지방소득세 환급 요구에 다른 대기업들도 동참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금을 내면서 법인지방소득세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만도 등도 지자체를 상대로 경정청구(과다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진행 중이다.
법조계와 세무업계에선 정부와 국회가 지방세법 등에 ‘외국납부세액공제’ 항목을 신설해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 로펌의 한 세무 전문 변호사는 “같은 소득을 놓고 국제적으로 이중과세가 발생하고 있다”며 “세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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