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들은 입찰가격을 어떻게 적어내야 할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15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7%(구주)를 얼마에 살지와 유상증자를 얼마나 할지(신주 인수) 둘 다 적어내야 한다. 입찰가격을 높게 적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 투자금액 가운데 각각 얼마씩을 신주와 구주 값으로 써내야 유리할지를 놓고 눈치작전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는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서는 구주가치를 높게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구주 매각대금은 금호산업으로 들어온다. 이 자금은 회사의 채무를 갚고 박 회장 측이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인수 희망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주 인수 대금(유상증자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데 쓰이는 돈이지만, 구주 매입 금액은 기존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돈이다. 신주 인수 비율을 최대한 높이고 구주 매입액은 최소화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구주와 신주의 비율 및 금액에 관해 금호산업, 산업은행 등은 1차 입찰에서는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구주와 신주 비율을 처음부터 정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예비입찰에서 인수 희망자들이 적어내는 수준을 보고 필요하면 본입찰 전에 가이드라인을 줘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단과 금융감독 당국 등은 내심 구주 매입보다 신주 인수에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노후화된 비행기를 정비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서다. 같은 입찰금액이라도 구주 매입에 돈을 많이 들이면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개선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인수대금만 들이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을 더 넣어가며 회사 체질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상증자 대금 납부는 향후 들어갈 돈을 미리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가능하면 구주보다 신주 인수에 비중을 두고 입찰하려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 구주에도 적잖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겠다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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