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6월23일 (로이터) - 영국이 잠시 뒤부터 그간 국론을 분열 시켜온 선거 운동을 마무리 짓고 영국과 유럽의 미래를 결정할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를 진행한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는 여당인 보수당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反) EU 성향 당에게 압력을 받아 영국이 유럽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영국의 EU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국민투표를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이민과 경제 문제가 쟁점이었으며, 친 EU 성향의 의원 사망 사건으로 얼룩진 이번 선거 운동 기간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의 여론 조사 결과에서는 EU 탈퇴와 잔류 진영이 호각세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장 최신 여론조사 2건은 잔류 의견이 탈퇴 의견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퇴 진영은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로 인해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카메론 총리는 브렉시트가 금융 시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레이더, 투자자 및 기업들은 그간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었던 반제도권 성향(anti-establishment mood)을 반영한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상관없이 결과와 관련된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구 세대보다 친 EU 성향을 보이지만 투표 참여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표 결과는 이들의 투표 여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카메론 총리는 전날 "변화한 EU 안에서 더 크고 나은 영국을 위해 투표를 하자"고 잔류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그에 대척점에 서서 탈퇴 진영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유권자들에게 이번 투표가 "(영국와 EU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한 여론 조사에서 잔류 진영이 확실히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도박사들이 영국의 잔류 확률을 80%로 점친 후 파운드는 달러 대비 연고점을 찍었다.
이날 현지 시간으로 오전 6시에서 오후 9시(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382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대부분의 투표 결과는 24일 오전 1시에서 3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EU 탈퇴와 반대 양측 지지자들은 전체 4650만명의 유권자 중 부동층으로 간주되는 10%의 유권자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잔류 지지 진영은 탈퇴 지지 진영을 겨냥해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 안보와 지위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탈퇴 진영은 많은 수의 이민자들은 EU 내에서도 통제가 안되며 EU에서 영국 정부의 주권을 되찾아올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투표에서 탈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EU라는 차량에서 영국은 뒷 좌석에 앉아 영국의 이익을 잘 대변하지도 않는 운전자에 의해 원치도 않는 곳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지도자들, 투표 앞두고 브렉시트 반대에 힘 실어
지난 주 영국의 조 콕스 의원의 사망으로 인해 선거 운동이 중단되었다. 그의 남편은 그가 정치계의 거칠어져 가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콕스 의원 살해 혐의로 기소된 남성은 법원에서 그의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는 죽음'이며 '영국에게는 자유'"라고 대답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 진영 양측이 호각세를 이루고 있음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젊은 세대와 구 세대가, 그리고 친 EU 성향을 보이는 런던 및 스코틀랜드의 거주자들과 반 EU 성향을 보이는 중부 지방 거주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최근 늘어가고 있는 영국으로의 이민자와 그로 인한 문제가 빈부 격차 심화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영국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스코틀랜드의 행정수반인 니콜라 스터전은 스코틀랜드의 영국 탈퇴 여부를 두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의 잔류가 결정이 된다고 해도 카메론 총리는 여당 내 분열을 잠재우고 총리직을 연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외 지도자들이 영국이 EU를 탈퇴하지 말 것을 촉구했으며,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업 회장 및 중앙은행 총재들도 이들 지도자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은행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트레이더들은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탈퇴 진영은 파운드 가치 하락이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해 일부 금융 전문가들과 중소기업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브렉시트 시 가장 크게 잃게 되는 것 중 하나로 꼽혔던 제도권(establishment)을 무시할 것을 주문했다.
EU는 이민자와 경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으며 브렉시트 투표는 다른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반 EU 성향을 강화시킬 것이다.
유럽의회의 도날드 터스크 회장은 20일 리스본에서 영국 유권자들을 향해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이 없으면, 유럽뿐만 아니라 전체 서방 공동체가 약화될 것이다. 함께한다면 미래에 고난을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