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호소가 미·중 양국 기업인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등 무역전쟁에 따른 손해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중국 내 판매 부진을 이유로 15년 만에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스타벅스와 알리바바도 올해 성장세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자동차 기업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미국 정부가 나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맨리 FCA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개막한 2019 북미 국제오토쇼에 참석해 “올해 생산원가 부담이 지난해보다 3억~3억5000만달러(약 3370억~393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는 탓이다. 맨리 CEO는 “(무역전쟁이) 빨리 해결될수록 좋다”고 말했다.
밥 카터 도요타 북미법인 부사장은 “고율 관세 부과로 지난해 자동차 가격을 세 차례 올렸다”고 토로했다. 카터 부사장은 “관세는 자동차 가격을 올리고 판매를 억제해 산업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 2371만 대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2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관세 등의) 역풍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기는 중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광저우자동차(GAC)는 올해 말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을 내년 상반기로 늦췄다. 위쥔 GAC 사장은 “최근 무역과 관련한 상황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매출 전망을 낮춰 잡았다. 마이클 에반스 알리바바 사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소매협회(NRF) 연례 행사에서 “13조달러 규모의 중국 경제가 연 7~8% 성장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무역 장벽까지 높아지면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4~6%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된 여파로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매출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선 애플에 이어 스타벅스, 나이키 등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에서 판매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36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올해 중국 매출 증가율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연일/추가영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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