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56개 상장사가 10조8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규제를 피하려면 기업들이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선 주식시장 혼란과 소액주주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많다.
▶본지 6월 11일자 A3면 참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때 10조8000억원의 지분이 풀려 주식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개정안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요건이 현행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상장사 기준)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규제 대상 업체가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기업도 규제받는다. 삼성생명 등 56개 상장사가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이 계열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법 위반 행위를 하면 관련 매출의 1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받고 검찰에 고발된다.
규제를 피하려면 내부거래를 줄여야 하지만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 목적으로 자회사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업무를 맡기는 삼성생명이 대표적 사례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줄일 경우 발생하는 비용 상승 등의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에 따르면 56개 상장사가 팔아야 하는 주식 가치(지난 20일 기준)는 10조7891억원이다. 이들 기업 시가총액 합계(118조3871억원)의 9.1%에 달한다.
대규모 주식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글로비스는 2013년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된 이후인 2015년 1월 총수 일가가 지분 매각을 시도하면서 당일 주가가 30만원에서 25만5000원으로 15% 급락했다. 유 실장은 “대량의 지분이 일시에 주식시장에 풀리면 주가 변동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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