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위기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던 증시에서도 꿋꿋이 수익을 내던 럭셔리 펀드가 암초를 만났다. 중국 경기가 둔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인의 명품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중국인은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 ‘큰손’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명품 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럭셔리 펀드는 최근 한 달간 4.27%의 손실을 봤다. 럭셔리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A형)’가 4.40%의 손실을 냈으며, ‘한국투자 글로벌브랜드파워 펀드 2(A형)’도 마이너스 2.9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IBK 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A형)’는 무려 9.13%의 손실을 봤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럭셔리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66%였다. 국내에 설정된 테마펀드 42종 중 헬스케어 펀드(9.64%), 삼성그룹주 펀드(7.9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주요 편입 종목인 명품 업체들의 주가가 가격 인상 정책과 중국의 소비 증가 기대감 등에 힘입어 강세였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26.23% 올랐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는 29.39%,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그룹은 20.33%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3주간 LVMH는 14.22%, 에르메스는 14.05%, 케링그룹은 23.10% 각각 하락했다. 럭셔리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주 만에 0.12%로 곤두박질쳤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 영향으로 중국 경기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의 명품 소비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의 심각한 경기 둔화가 명품 업종에 큰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며 명품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지금이 럭셔리 펀드에 투자할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에 소비 진작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중국 정부가 자본을 풀어 소비를 부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정석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최근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빠진 건 실적이 아니라 투자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LVMH가 최근 발표한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이 시장 예측치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회장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M&A로 '명품제국'을 세우다
하나금융투자, 구글·루이비통 등 글로벌 1등 기업에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