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6월09일 (로이터)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의석의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원 의석 총 650석 가운데 643석 개표가 끝난 가운데 보수당은 313석을 확보해 과반인 326석 달성에 실패한 것이 확정됐다. 야당인 노동당은 260석을 차지한 상황. 이로써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당이 없는 "헝 의회"가 됐다.
앞서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은 314석을, 야당인 노동당은 266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었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던 메이 총리는 오히려 보유 의석이 줄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고 퇴임 압력까지 받게 됐다.
EU 탈퇴를 위한 전례없이 복잡한 협상이 10일 안에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차기 정부를 누가 구성할 것인지, 브렉시트의 궁극적인 방향이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인지가 모두 불투명해졌다.
이날 JP모간은 영국의 브렉시트 절차 연기 요청이 필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메이 총리는 영국은 안정의 시기가 필요하다며 보수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다면, 안정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는 선거 결과 보수당이 유권자들의 표와 지지, 그리고 신뢰를 잃었다며 메이 총리가 물러날 시점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총리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과반 의석 확대를 위해 실시된 것"이라면서 "그가 얻은 것은 보수당 의석 상실, 표의 상실, 지지의 상실, 그리고 신뢰의 상실이다. 나라면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진정으로 대표할 정부를 만들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영국 총선에서 표가 크게 늘어난 북아일랜드의 민주통일당(DUP)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부 구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노선이 비슷한 DUP가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기사 EU의 관점에서 영국의 불확실성은 협상의 지연과 협상 실패의 리스크 증가를 의미한다.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인 귄터 외팅어는 독일 라디오에 출연해 "행동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면서 "협상 파트너가 약하면 협상이 양측 모두에 좋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애나 수브리 의원은 당내에서 처음으로 메이 총리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그는 메이 총리에게 "자신의 거취를 잘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파운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급락세를 보였다. 파운드는 한때 4월1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오후 3시28분 현재 2.06% 내린 1.26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이코노미스트 딘 터너는 "파운드가 달러 대비 1.20 수준으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아직은 우려가 다른 시장들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S&P500 E미니 선물은 소폭 상승하는 등 다른 시장의 피해는 제한적이다.
일본의 니케이지수는 0.5% 상승했고, MSCI 일본제외 아시아 태평양 주가지수는 보합세다.
AM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는 "영국은 세계 GDP의 2.5%밖에 차지하지 않아 글로벌 투자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 채권 시장은 영국 선거 결과 영향에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며 소폭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