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월6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달러/원 1110원 선에 대한 지지력이 몇 차례 확인된 이후 환율은 방향을 급선회해 3주래 고점인 1130원대로 올라섰다.
물론 달러/원만 독자적인 상승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달러/아시아가 바닥을 딛고 반등하는 가운데 특히 그간 원화와 움직임을 같이했던 대만 달러도 달러 대비 연일 약세다.
이같은 배경에 글로벌 증시 하락, 엔화 강세 등 안전자산에 대한 욕구가 커진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이전에는 달러 약세를 유도했다면 최근에는 위험회피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축소 논의에 따른 우려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흘간 반등 탄력을 키우고 있는 달러/원의 행보가 예사롭지만은 않다.
▲ 변심한 환율..반등 탄력 더 확대될 가능성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단기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현재 진행되는 환율의 반등 압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1110원을 하향 돌파하려는 시도가 막히면서 하락에 대한 기세가 꺾였다"면서 "최근 환율이 반등하는 양상을 보면 단순한 스펙성이 아닌 자산에 대한 헤지수요나 실수요가 동반하는 모양새"라면서 이후 달러/원의 상승탄력이 보다 확대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1분기 중 원화 강세 폭이 다른 아시아 통화들 중 가장 깊었던 데 따른 시장 반작용은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6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지금까지 대북한 외교ㆍ경제 제재조치가 기대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권한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선제타격"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1110원 대에서는 역외들의 바이가 집중됐고 현재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다"면서 "역외들의 롱심리가 힘을 얻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조명되고 있어 환율은 위쪽 테스트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원의 낙폭이 컸던데 대한 반작용이 분명 있지만 북한 리스크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아래로 쏠렸던 심리가 다소 걷히면서 시장참가자들은 수급 여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장 예상 만큼의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감지되지 않는 점을 주목하면서 달러/원 상단을 막아서는 힘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이같은 수급 여건이 당분간 계속 확인된다면 시장 심리는 더욱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그나마 얌전하게 반영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재료가 달러/원을 본격적으로 흔들 여지는 커진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달러/원에 대한 하락압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 무게가 그간의 숏을 정리하는 등의 보수적 대응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달러/원의 반등세, 이전 깊었던 숏에 대한 커버인지, 추세 전화에 대한 시그널인지 깊게 고민해볼 타이밍이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