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으로 탄생한 생활가전기업들이 최근 자체 브랜드사업을 강화하며 ‘대기업 꼬리표 떼기’에 나서고 있다.
31일 비데전문기업 아이젠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달 2일부터 자체브랜드 제품인 ‘아이젠 관장비데’의 홈쇼핑 판매를 시작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 비데로, 쾌변을 유도하는 고유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자체브랜드를 본격 론칭한 것은 처음이다.
2003년 설립한 아이젠은 제품을 개발·생산한 뒤 대기업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ODM 사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최근 3년 새 자체브랜드 출시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9년 79.1%였던 아이젠 전체 매출 내 자체브랜드 비중은 지난해 74.5%로 4.6%포인트 축소됐다. 아이젠 관계자는 “향후 이를 4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생활가전기업 파세코는 최근 5년 새 자체브랜드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5년 45%였던 비중이 지난해 68%까지 확대됐다. 주로 판매된 것은 전기난로·창문형에어컨 등의 계절가전이었다. 1986년 설립한 이 회사는 삼성전자·한샘 등에 납품하며 OEM·ODM 기반 성장을 이뤄왔지만 최근 납작하게 접어 보관할 수 있는 ‘폴더블 써큘레이터’를 내놓는 등 단독 상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정수기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정수기 ODM 시장의 ‘톱’으로 꼽히는 원봉은 최근 해외 시장 위주로 자체브랜드 ‘루헨스’ 판매를 확대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32%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전체 매출 내 루헨스 비중이 지난해 절반으로 늘었다. 원봉 관계자는 “현재 전체 매출 내 80% 수준인 ODM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춰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ODM·OEM 기업이 자체브랜드 키우기에 나선 것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독자 생존전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ODM 기업 관계자는 “ODM·OEM 방식은 기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위험성이 있는 데다가 자체브랜드로 판매했을 때보다 마진율이 최대 30% 가량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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