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월19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연초부터 달러/원 환율이 갈지자 움직임 속에서도 가파른 하락을 보였는데 수급상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과매수 부담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16년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비거자주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순매수 규모가 폭증한 4분기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중 역외투자자들의 NDF 순매입 규모는 분기별 집계상 사상 최대치인 264.6억달러였다. 월별로 보면 10월 82.6억달러, 11월 109.7억달러, 12월 72.2억달러 각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10월 이후 달러화 강세,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 등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그 이후 나타난 미 국채 금리 및 달러 급등 등 소위 트럼프 랠리가 달러 매수를 촉발했다. 이와 더불어 작년 말에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기대감까지 가세하면서 달러 매수세는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이같은 여건 속에서 원화는 트럼프 당선 시점부터 연말까지 일방향의 약세를 나타내며 달러 대비 약 7% 절하됐다. 역외투자자들의 주도로 강달러에 대한 베팅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달러 강세 모멘텀은 예상과 달리 후퇴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조정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른 달러/원의 조정폭은 작지 않았다.
연초 환율은 작년 말 고점 대비 약 40원가량 하락했다. 일중 움직임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환율은 6거래일 상승하고, 7거래일 하락했는데 환율의 전일 대비 오름폭은 평균 6원 수준이었던 반면 내림폭은 11원에 달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대내외적인 펀더멘털과 수급 요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에도 환율이 급하게 하락한 데에는 결국 달러 강세에 기반한 선제적인 포지션이 되감긴 영향이 컸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작년 말 글로벌 달러 강세에 대한 베팅이 연초 들어 상당 부분 조정을 받았다"면서 "최근 달러/원 환율을 보면 정상적인 스킴에 따라 움직였다기보다는 포지션 조정이 수반된 거래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이번 주말(현지시간 20일)에 열린다. 그간 구축해온 글로벌 달러 강세에 대한 추가 조정 여부가 결정될 주요 이벤트다. 달러/원에 대해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되는 시점이 됐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