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월4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지난해 연말 가파르게 올랐던 달러/원 환율이 새해 들어 상승 탄력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위안화 절하 전망 및 국내 정치 불안까지 원화를 둘러싼 재료들을 살펴보면 추가 절하에 그 무게중심이 잔뜩 기울어져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해를 기점으로 달러 매수가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막상 새해가 시작되자 역내외 시장참가자들은 달러 추격 매수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나섰다.
작년 말 원화 약세를 이끌만한 다양한 대내외 재료들이 선반영되면서 환율이 1200원대로 상승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시장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약 10% 절하됐다. 또한, 무엇보다 12월 중에만 4%가량 절하되면서 절하 속도가 가팔랐다.
결국 노출된 재료만으로 시장이 추가 상승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크다. 이는 그만큼 달러 상승 동력에 힘을 불어넣기에 새로운 모멘텀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연말에 급하게 올라온 측면이 커 현 재료만으로 추가 상승에 나서기는 힘이 부족하다"면서 "시장이 새롭게 관심을 가질만한 재료가 나와야 환율이 방향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3일자 이머징 마켓 보고서에서 "원화를 둘러싼 약세 요인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 기술적인 관점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하게 올라왔고, 새로운 촉매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달러/원 롱 포지션에 대한 조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존 달러/원 3개월물 NDF 포지션을 청산했다면서 1200원대 아래에서 재진입 레벨을 모색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 당장은 '오도가도 못하는' 형국...위안화 의외로 안정
실제 일부 역외들의 차익실현 움직임도 시장 내에선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새해 들어 시장을 흔들어놓을 재료로 지목됐던 위안화가 시장 우려와는 달리 중국 정부 노력으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달러/원의 방향을 잃게 만든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연이틀 시장 예상보다 달러/위안을 낮게 고시한 데 이어 국영은행들을 통해 위안화 가치 지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의 외환딜러는 "중국 정부에 의해 달러/위안화가 무겁게 눌리다 보니 일부 역외 매수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 기저에 깔린 강달러에 대한 기대는 굳건하다. 그렇다 보니 달러/원에 대한 조정 국면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달러/원이 강하게 위로 달릴 여건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게 시장 판단이다.
다른 외환딜러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들도 아직 방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레벨 부담감을 느끼는 시점이다"라면서 "그렇지만 아직 조정이 나올 이슈도 없다. 결국 당분간 레인지 장세로 대응해야 할 장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눈여겨보는 변수로는 주 후반에 나올 중국 외환보유고와 주말에 나올 미국 고용지표 정도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위안화가 달러/원의 변수로 꼽혔지만 예상보다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변수는 중국 외환보유고가 3조달러를 유지하는지 여부다"라면서 "컨센서스는 3조달러 유지로 기울고 있지만 확인해봐야 할 재료다"라고 말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