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글로벌 IB(투자은행) 무용론이 다시 유행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한 글로벌 IB 대표는 SKT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 소식에 눈앞이 깜깜했다고 이야기했다. SKT는 글로벌 IB 선임 따로 없이 송재승 전략투자그룹장(상무) 주도 아래 1년여 전부터 아마존과 논의를 시작했다. 송 상무의 개인 인맥을 활용, 아마존 내 고위 임원과 접촉해 거래 발굴에서 마무리까지 완주했다.
‘아마존’이 지닌 글로벌 상징성 탓에 대형 글로벌 IB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성격의 딜로 거론됐지만, 내부 인력만으로 충분히 소화해냈다. 그간 IB·M&A 인력을 발빠르게 흡수해온 SK그룹이 본격적으로 ‘M&A 직거래’ 시장을 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송 상무만 해도 맥쿼리·도이치증권·골드만삭스 등 주요 IB에서 경력을 쌓은 외부 영입 인사다.
최근 CJ그룹과 네이버의 사업 제휴 역시 별도 IB 선임 없이 내부 인력들이 끝냈다. 사업적 필요성이 더 컸던 네이버가 CJ그룹에 수년간 ‘러브콜’을 보내 성사된 딜로 알려졌다. 네이버 역시 김남선 전 맥쿼리PE 전무 영입을 시작으로 빠르게 M&A 인하우스 조직을 키우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IB업계 종사자들은 “수수료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환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내부 인사들이 담당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거래 구조 고안 △글로벌 네트워킹 등이 IB들의 수익원이었지만, 이마저도 IB 일선에서 현장경험을 쌓은 임원들이 사내에서 도맡는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M&A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인사들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인사로 전진배치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 SK(주) 내 투자1센터장을 지낸 추형욱 SK E&S 신임 사장이 대표적이다. 추 사장은 반도체·배터리 소재를 담당하는 투자1센터에서 그룹 M&A를 조율해왔다.
CJ그룹도 그룹 내 M&A 총괄이었던 최은석 부사장을 그룹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부임시켰다. 현재까지 그룹 내 유일한 M&A 성공 사례로 회자되는 대한통운 인수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뚜레쥬르 매각 전에서도 그룹 M&A ‘키맨’인 CJ(주) 이희재 부사장이 골드만삭스에서 같이 근무한 김종윤 칼라일 대표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해외 M&A 전문가인 임병연 롯데케미칼 부사장을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로 전진 배치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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