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항공은 티켓 1매를 구입하면 2개의 좌석을 제공하고 프로 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호크스 (Seattle Seahawks) 경기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출처= Alaska Airlin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항공사들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붕괴된 여행 시장을 되찾기 위해 각종 새로운 전술에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좌석까지 추가로 내주는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알래스카 항공은 8월과 9월에 티켓 한 장 값에 3석짜리 좌석 한 열을 모두 제공하는 행사를 48시간 동안 진행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12월 중순까지 티켓 한 장에 2개의 좌석을 제공한다.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AirAsia)는 올해 초 코로나로 고객이 끊기자 고객들이 몇 달 동안 특정 노선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이용권'(unlimited passes)을 발매했다.
항공사들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고객들의 수요를 촉발하고 그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많은 항공기들을 운항하지 못하고 지상에 보관해 두는 탓에 부족한 현금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알래스카 항공은 보통 1년에 10개에서 12개의 프로모션을 운영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에만 3개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알래스카 항공은 이미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중간 좌석을 비워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1장의 티켓으로 두 명의 승객이 한 열을 사용할 수 있다. 시애틀 시호크스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알래스카 항공의 본사가 시애틀에 있다), 쿼터백 러셀 윌슨이 얼마나 많은 터치다운을 하느냐에 따라 입장료를 최대 40%까지 할인해준다. 이 행사와는 별도로 알래스카 항공은 3분기 전체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17% 내렸다.
알래스카 항공의 마케팅 및 광고 담당 나탈리 보우먼 전무는 "이전에는 확신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고객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블린의 증권회사 굿바디 스톡브로커스(Goodbody Stockbrokers)의 항공산업 애널리스트 마크 심슨은 "항공사들의 우선 순위는 그나마 운행 중인 몇 대의 항공기라도 좌석을 모두 채울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운임 추적 웹사이트 스콧의 칩플라이트(Scott’s Cheap Flights)의 설립자 스콧 키예스는 오는 크리마스 시즌 뉴욕시에서 내슈빌까지 왕복 항공료는 평소의 300달러 대신 단 7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카고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의 왕복 항공료도 평소 350달러에서 지금은 81달러에 팔리고 있다.
"항공사들은 요즘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지요. 한참 성수기에 요금을 인하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에바항공(EVA Air)은 조종사, 승무원, 기내식 서비스가 모두 제공되는 하루짜리 '항공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출처= Globetrender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임원들은 “최근 일부 항공편에서 요금이 다시 인상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적어도 시즌 막바지에 예약하는 경우 지금보다는 비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 일부 항공사 임원들은 수요가 다소 늘었지만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예약이 버티고 있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희망도 위협받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이미 연말 운항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 항공사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예약이 아직 취소되지 않고 있어 조심스럽게 수요 증가를 낙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항공사들의 수입이 수화물 요금과 기내식 같은 추가 요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할인 요금을 적용할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비록 좌석 한 개가 무료로 제공되더라도 추가 승객이 추가 서비스에 돈을 쓴다면, 1+1 요금제가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의 EMEA 항공컨설팅 사업부문장 제프리 웨스턴은 "무료로 탑승하는 사람들은 추가 서비스에 돈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라이언에어는 12월 중순까지 1600개의 항공편에서 티켓 한 장에 2개 좌석 제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어아시아의 '무제한 이용권'은 한 매에 100달러에 판매되며, 고객들은 타이항공과 말레이시아 항공이 제공하는 국내 노선과 에어아시아 X 브랜드의 국제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의 캐런 찬 CEO는 총 50만 좌석을 준비했는데 지금까지 20만장 넘게 판매됐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은 이 이용권으로 20회 이상 탑승하기도 했지만, 회사는 이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이 평균 3~5회 탑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객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다른 방법도 찾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운항하지 않는 A380 슈퍼점보 제트기를 식당으로 개조했다. 이 항공사는 이틀 간의 점심식사 예약이 30분 만에 매진되자 저녁 식사까지 추가하고 기간도 이틀 더 연장했다. 470인승 항공기의 약 절반의 좌석에 고객들을 유치함으로써 방역 조건도 준수했다. 비용은 이코노미 좌석에서의 식사는 40달러,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서의 식사는 235달러, 스위트룸은 475달러까지 다양하다.
싱가포르항공의 칼 슈베르트 대변인은 "우리의 주요 목표는 여전히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종료된 후 추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목적지 없이 상공을 날다 되돌아오는 상품 출시로 재미를 봤던 타이완의 에바항공(EVA Air)은 이번에는 조종사, 승무원, 기내식 서비스가 모두 제공되는 하루짜리 '항공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참가자들이 시뮬레이터를 조종해 볼 수 있는 체험과 항공사의 시설 안내 투어가 포함되며 모의 오두막에서 간단한 요리도 배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10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매주 주말마다 열리고 있으며 가격은 약 100달러에서 350달러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