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11월10월 (로이터)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전에 서로를 추켜주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서로 간에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승리로 러시아 정부는 서구 경제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과 그 후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 지원을 이유로 미국과 EU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으나 새로운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이 제재를 풀 경우 빈사상태에 있는 러시아의 경제에 투자를 통해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저유가와 경제제재로 인해 정부 적자를 메우는데 여념이 없는 푸틴에 있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경제제재 해제와 그에 따른 경제회복 덕택으로 2018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네 번째로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글로벌 수석 경제학자인 찰스 로버트슨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의 가능성은 확실히 커졌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투자 환경을 크게 향상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 된 후 러시아 루블화 가치와 주가는 상당히 올랐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달러화 표시 채권은 지난 몇 달 새 크게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 배려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에 근거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 동안에 안 좋았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푸틴은 한때 클린턴에 대해 반푸틴 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반러시아 전쟁광이라고까지 비난했던 바 있다. 그런 한편 트럼프에 대해선 그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묘사되곤 했다. 푸틴은 트럼프에 대해 "매우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고 관영 언론에서는 그를 대담한 반항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 내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확정되자 러시아 의회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푸틴은 러시아 주재 대사들에게 미국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할 용의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 전했다.
관영 TV 방송은 트럼프 분장을 한 러시아 배우가 풀 죽은 클린턴을 놀리는 장면을 방영하는가 하면 러시아 정부의 TV 영어 뉴스 채널 운영자인 마가리타 시모니안은 자기 차에 미국 국기를 휘날리면서 모스크바 시내를 한 바퀴 돌겠노라고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트럼프의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러시아 정부는 그가 말로만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할 뿐 과연 유세 당시의 공약을 지킬지, 해묵은 미-러시아 간 적대관계가 계속되는 건 아닐지 등의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편집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