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5월10일 (로이터) - ‘막말' 정치인 로드리고 두테르테(71)가 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는 범죄 근절과 관련한 아웃사이더 두테르테의 ‘과격한'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는 90% 개표가 진행된 현재 39%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경쟁자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은 2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렸으나 패배를 자인했다. 그녀는 두테르테의 선두 질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의 이단자 두테르테는 ‘막말' 전문인 점에서 미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종종 비교된다.
두테르테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TV에 나와 부패와 실정에 대한 호전적이고 가끔은 코믹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그는 또 다바오 시장으로 22년 동안 재직할 당시의 각종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부패 관리들은 당장 은퇴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죄자들에 대한 경찰의 총기 사용과 관련한 자신의 지지 의사를 되풀이했다.
그는 다바오에서 기자들에게 “경찰은 범죄자들이 투항을 거부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우 총을 쏴야 한다. 내가 허락한다”고 말했다.
그의 서민적인 행보는 지난 수 년간 강력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 빈곤과 소득 불공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두테르테는 앞서 자신은 대통령이 되면 다자 회담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퇴임하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헤이그 소재 상설중재재판소에 필리핀의 남중국해 해양 개발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이는 결과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풍부한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중국해의 대부분이 자국 영토라면서 역시 중복 해역 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대만 등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두테르테는 영유권 분쟁 해결 협상에는 일본, 호주 및 미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역내 안보를 담당해 온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와 암초 개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선거 전 폭력 사태로 최소 11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나 투표는 대부분 지역에서 평온하게 실시됐다. 한편 전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는 근소한 표차로 부통령에 당선될 것이 예상된다.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