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올해(2.0%)와 내년(2.3%)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올해 2.0%, 내년 2.2%), LG경제연구원(2.0%, 1.8%), 한국경제연구원(1.9%, 1.9%) 등의 예상치에 비하면 비교적 낙관적이다. 한은은 수출 반등과 반도체 경기 회복을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흐름이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라며 “내년 중반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수출과 설비투자 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민간부문을 억누르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해 한은이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효과에 올해 2% 턱걸이”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0%)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2017년 3.2%, 작년 2.7%에 이어 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국내외 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4%에 그쳤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 2.0%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97%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산업생산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0%가량 성장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2.0%대 성장률을 내놓은 배경에는 재정 지출이 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가 재정집행률을 높이려 하는 점을 올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중앙·지방정부 재정집행률 목표를 사상 최고인 97%, 90%로 설정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 재정집행률은 10월 말까지 85%, 지방정부는 70%다. 작년 지방정부의 재정집행률이 8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추세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은, 대내외 불확실성 과소평가?
한은의 내년 전망치(2.3%)도 민간 연구소들과의 온도차가 크다. 수출·소비 지표의 시각차가 특히 컸다. 이주열 총재는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진 미·중 무역분쟁이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며 “반도체는 선행지표 움직임 등을 볼 때 내년 중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2.2%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수출이 개선되면서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4.9%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등은 올해보다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모두 2.9%로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은 작년에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할 것이라고 봤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데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1.9%에서 내년 2.1%로 좋아질 것으로 보는 한은의 전망에 대해서도 반박론이 적잖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민간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고용·가계소득 지표인데 최근 단기 근로자만 늘었고 근로소득 등은 줄고 있다”며 “집값이 뛰고 주거비용이 늘면서 가계 씀씀이가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치 0.6%는 물론 한국경제연구원(0.5%)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웃돈다. 한은은 2021년 성장률을 2.4%로 봤다. 이환석 국장은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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