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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개편 때문에 술값 오른다" 국민 오해 커질라…여론 눈치보기

입력: 2019- 05- 08- 오전 02:53
"주세 개편 때문에 술값 오른다" 국민 오해 커질라…여론 눈치보기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로 계획한 주세법 개편안 발표를 또다시 미뤘다. 현행 종가세(從價稅: 제조원가에 과세) 체계를 종량세(從量稅: 알코올 도수 및 술 용량에 따라 과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주종·업체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주세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맥주업계는 대체로 종량세 도입에 찬성하지만 소주·약주·과실주 업체들은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우려한다”며 “업체 간 이견 조율과 실무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근 주요 맥주·소주업체의 가격 인상을 두고 ‘주류세 개편으로 술값이 오른 것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도 발표 시점을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량세 도입을 보류 또는 취소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종량세를 도입해도 술값이 오르지 않고 모든 주종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인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의 이해관계와 여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정부가 결국 주세(酒稅) 개편안 공개를 연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한 업계 간 입장이 크게 갈리는 게 부담이다. 맥주업계만 하더라도 맥주만 만드는 회사는 현행 종가세(가격에 비례해 과세) 방식을 종량세(양과 도수에 비례해 과세)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고, 맥주와 소주를 함께 생산하는 회사는 종량세 전환에 미온적이다. 가격이 인상되면 세금도 따라 오르는 종가세와 달리 종량세는 세금을 올릴 때마다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과세당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비와 하이트·롯데 입장 차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로 예정됐던 주세 개편안 공개를 연기한다고 7일 밝혔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주종 간, 동일 주종 내 업계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 조율과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마무리되는 대로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며 구체적인 시기는 별도로 말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종량세 전환 논의에 불을 붙인 건 국산 맥주업계다. 카스 브랜드를 보유한 오비맥주와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이 국세청에 “수입 맥주에 비해 국산 맥주가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건의한 게 시초다. 현재 국산 맥주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가격)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고, 외국산은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다.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에는 과세하지 않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다.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바꾸면 국산과 수입맥주 모두 용량에 비례해 세금을 내 역차별 논란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산 맥주업체라도 모두 종량세 전환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소주를 만들지 않아 종량세 전환에 공개적으로 찬성하지만 2·3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사정이 다르다. 하이트는 참이슬, 롯데는 처음처럼이란 소주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맥주보다 소주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종량세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종량세 전환 시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지방 소주 업체는 종량세 전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주에 붙는 세금이 오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경우 위스키 등 다른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낮아져 소주의 상대가격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세금 인상 때마다 법 고쳐야

현행 종가세는 세율로 과세하기 때문에 주류 원가가 오르면 세금도 자동적으로 인상된다. 하지만 종량세로 바꾸면 ‘맥주 세금은 L당 835원(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안)’이라는 식으로 주세법에 명시되기 때문에 세금을 인상할 때마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

종량세 방식 하에서 세금 인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담뱃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종량세인 담배소비세를 641원에서 1007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포함해 담배 한 갑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주류세를 종량세로 바꾸면 세금을 올릴 때마다 이 같은 비난에 직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부가 “맥주만 종량세로 우선 전환하겠다”고 쉽사리 발표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맥주만 종량세로 하고 소주 등 증류주는 종가세로 놔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주는 세금이 올라가는데 맥주는 세금이 계속 같은 수준일 수 있다.

최근 일부 업체가 맥주와 소주 가격을 올리며 여론이 나빠진 것도 기재부에는 부담이다. 김 실장은 “주류세 개편으로 가격이 인상되리라는 국민적 오해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이태훈/김보라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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