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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맞추려 무리한 목표" 비판…전기료 인상 불가피

입력: 2019- 05- 06- 오후 06:00
"탈원전 맞추려 무리한 목표" 비판…전기료 인상 불가피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예정지였던 경북 울진군 주민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장기 에너지 계획을 공개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정부안이다. 에기본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이번 예측 기간은 2019~2040년이다. 정부안이 공개되자 큰 논란이 빚어졌다. 5년 전 세웠던 계획과 지나치게 많이 달라져서다. 정권 교체에 따라 에너지 백년 대계가 흔들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분야의 ‘헌법’ 격인 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에너지 대책의 큰 방향이 담긴다. 현재 시점부터 향후 20년 동안의 에너지 수요·공급 전망, 에너지 확보·공급 대책,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이다. 어떤 에너지를 얼만큼 늘릴지도 결정한다. 에기본을 기초로 수립하는 하위 계획은 10여 개에 달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 에너지기술개발계획, 석유비축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가장 중요한 하위 계획이다. 에너지원별 세부 발전 비중을 다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계획은 2년마다 수립하며, 5년간의 단기 에너지 전략을 담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2년 전 세웠던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공식화했다. 당시 원전을 2030년 18기(현재 24기)로 감축하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번 3차 에기본은 향후 국회 보고와 에너지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꺼번에 높인 재생에너지 비중

이번 에기본의 핵심은 종전의 공급 중심에서 소비혁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산업, 수송, 가정 등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고, 전력 수요를 낮추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얘기다.

향후 인구 증가(연평균 0.1%)와 경제 성장(2.0%)에 따라 최종에너지 수요가 2017년 1억7100만TOE(석유환산t)에서 2040년 2억1100만TOE로 늘겠지만, 수요 억제 등을 통해 1억7180만TOE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20여 년 뒤의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오히려 2.4%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쓰는 형광등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2017년 7.6%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3020 이행계획보다 한층 강화하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원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부담 커질 듯

3차 에기본이 공개되자 탈원전 반대 진영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탈원전 정책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 대계를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 시대엔 전력 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수요 억제가 가능하다는 정부 진단은 오류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미 2030년까지 전기차를 300만 대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일조량이 부족한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토가 넓고 일조량이 많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의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평균 30%지만 수력을 제외하면 28.6%에 그친다. 한국은 수력발전 비중이 미미하고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태양광 발전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면 추후 재처리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 목표대로 태양광발전을 2030년까지 33.5GW만 확대해도 태양광 패널을 여의도의 70배인 200㎢만큼 깔아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단언했다. 2030년 20%인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040년 30~35%로 더 확대할 경우 서울 전체 면적(605㎢)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덮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발전 단가가 원전 대비 3배가량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NIE 포인트

정부가 20년에 걸친 장기 에너지 계획을 5년마다 세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일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향후 전기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도 논의해보자.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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