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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불닭볶음면 이어 대박라면까지…배고픔 달래주던 라면, 세계인들의 음식으로

입력: 2019- 05- 06- 오전 02:23
신라면·불닭볶음면 이어 대박라면까지…배고픔 달래주던 라면, 세계인들의 음식으로
신라면·불닭볶음면 이어 대박라면까지…배고픔 달래주던 라면, 세계인들의 음식으로

불닭볶음면은 외국인 ‘먹방’ 유튜버들의 단골 메뉴다. ‘불닭볶음면 도전(fire noodle challenge)’이라는 제목을 단 동영상이 세계 곳곳에서 하루 5~6개 이상 올라온다. 파란 눈의 유럽인부터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인 유튜버 ‘스타 브래디’가 2년 전에 올린 영상은 조회 수가 2000만 건을 넘기도 했다. “나도 맛보고 싶다” “아마존에 사러 가겠다”는 댓글은 요새도 달린다.

라면이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농심 팔도 삼양식품에 이어 신세계푸드 등도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산업화 시대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라면이 수출상품으로 바뀌면서 작년 라면 수출은 사상 최초로 4억달러를 돌파했다.

SNS·시식행사로 입소문 퍼져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작년 1750억원어치가 해외에서 팔렸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팔린 라면은 9억7000만 개로 10억 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세울 만한 제품이 없어 어려워진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2012년 초 나온 이 제품은 국내에서는 수요자가 젊은 층에 한정돼 있었다. 이 한계 때문에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2016년께부터 갑자기 해외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직접 먹어보고 매워서 괴로워하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해외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7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세계인의 다양한 취향을 감안해 ‘핵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등 총 열 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한국 라면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농심은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마켓에서 수년 동안 시식행사를 펼치는 등 집요하게 마케팅을 했다. 국내 라면업계 처음으로 2017년 미국 전역의 월마트 4000여 개 점포에 입점했다. 미국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정부기관의 매점에도 라면 제품으로는 최초로 들어섰다. 그 결과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2%에서 현재 15%로 높아졌다. 한인동포 시장을 벗어나 미국 동부 대도시와 하와이, 알래스카에까지 유통망을 넓혔다. 농심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앞세웠다. 농심의 중국 매출은 작년 3000억원을 넘어섰다.

맞춤형 메뉴 개발로 해외 시장 넓혀

팔도의 ‘도시락’은 국내보다 러시아에서 더 인기다. 러시아 라면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1년에 팔려나가는 양은 3억 개 이상이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라면을 ‘도시락’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누적 판매량은 약 50억 개로 한국보다 7배가 더 팔렸다. 우연과 노력이 결합한 결과다. 초기 러시아 선원들이 네모난 용기의 팔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다른 컵라면과 달리 항해 중인 배에서도 먹기 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본 팔도는 러시아에 연구원을 보냈다. 시장과 가정을 방문,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 그 결과 러시아인들은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반영해 하얀 닭 육수 베이스의 닭고기맛 제품을 내놨다. 국내엔 없는 돼지고기맛, 소고기맛까지 추가해 러시아 시장을 장악했다.

라면을 팔지 않던 기업들도 라면 수출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대박라면’을 내놨다. 작년 3월 내놓은 ‘김치맛’ ‘양념치킨맛’은 한류 열풍을 타고 1년 동안 400만 개가 팔렸다. 지난 3월 선보인 ‘고스트페퍼맛’은 두 달 만에 출시량 35만 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오는 6월부터는 다른 동남아 국가로도 수출할 계획”이라며 “나라별 문화적 배경을 파악해 각국의 소비자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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