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사재 출연뿐 아니라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퇴진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워진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확실히 지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과 성의있는 자구계획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박 회장이 한 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이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경영 실패의 책임이 박 회장에게 있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친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에 대한 ‘한정 의견’ 문제에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퇴진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와 산은의 판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날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1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MOU는 오는 6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산은은 “MOU 기한 만료 전에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출할 자구계획안에 대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시적으로 기존 MOU를 변경하지 않고 1개월 연장하기로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MOU 기한만료에 따른 관리수단 부재 등 시장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박 회장 측과 아시아나항공이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가져올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라며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계획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자구안 마련에 최선”
박 회장 측과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이 보유한 우량자산인 에어부산·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IDT 등의 지분과 골프장 등 부동산을 추가로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은은 우량자산 매각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등 사재 출연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금호고속 지분은 67.6%(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박 회장 지분이 31.1%,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21.0%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산은은 박 회장 측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까지 일부 매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사실상 떼어내겠다는 뜻이다. 채권단은 ‘지분 매각을 권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에선 채권단이 요구하는 핵심 협상카드가 박 회장의 지분매각일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을 만족시킬 만한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최종구 "박삼구 회장 또 복귀하면 시장 신뢰 못 얻어"
아시아나항공, 최신 A350 7호기 도입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웃는 제주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