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연매출액 6000억원대, 기업가치 1조원대, 자기자본이익률 30%의 우량 기업이 경기 분당 야탑동의 소박한 건물에 세들어 지내고 있다. 그 흔한 회사 전광판도 없다.
북미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지누스 이야기다.
◆ 이윤재 회장, 소박한 사무실에서 제2도약 꿈꿔
지누스는 경기 분당 야탑역 사거리 안골목의 분당아미고타워의 8, 10층의 2개층을 본사 사무실로 운영하고 있다. 벌써 10년째가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글로벌 현지 법인을 총지휘하는 '콘트롤 타워'라고 하기에는 소박함 그 자체. "이제는 회사 브랜드를 생각해 사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윤재(71)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
경기 분당 야탑동 소재 분당아미고타워. [사진=분당아미고타워 홈페이지] |
이 회장은 충남 대전 태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당시 최고 인기 직장의 하나이던 코트라(KOTRA)에 입사했다. 그렇지만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진웅을 설립해 10여년 만에 글로벌 텐트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95년 1억달러(약 1000억원)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 '미스터 텐트'로 불렸고,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표지모델로 나오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초청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윤재 회장 |
2000년 중반부터 이 회장은 현재의 사무실인 분당아미고타워에 야전침대를 깔고 제2도전에 나섰다.
이 회장과 직원들은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매트리스사업에서 승부를 걸었다. 텐트사업을 통해 축적한 압축포장기술로 매트리스를 상자에 담아 미국 전역에 배송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제2도약에 성공했다. 지누스는 현재 아마존 매트리스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접히는 매트리스로 북미 시장 1위
지누스 매트리스의 경쟁력은 이노베이션, 품질, 가격의 3박자로 요약된다.
지누스의 매트리스는 '접힌다'(한번 펼쳐지면 다시 접히지는 않는다). 매트리스 업계 최초의 '압축포장기술'이다. 그래서 배송이 편리하다. 이런 장점으로 2014년 아마존에 입점해 순식간에 북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매트리스를 압축해 미 전역에 배송하면서 진가를 알렸다. 가격은 20만~30만원대로 경쟁사 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누스 메모리폼 매트리스. [사진=지누스 홈페이지] |
지누스 히스토리. [자료=하나금융투자] |
지누스는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주간사는 NH투자증권이다. IPO(기업공개)에 성공하면 2005년 5월 상장 폐지된 지 14년 만의 '금의환향'이다.
지누스는 K-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11일 현재 주가 5만7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7158억원이다. 코스피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PO로 확보한 자금으로는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동남아시아, 일본 시장 진출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김선종 상무를 영입한 배경이다.
지누스 관계자는 "돈을 벌었다고 해서 화려한 사옥을 지으면 과연 주주를 위한 것이냐"며, "지금 있는 자원을 활용해 최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진정한 주주 가치 제고"라고 말했다.
지누스가 분당 야탑동 본사를 고집하는 것은 미국 페이스북이 회사 간판에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로고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있던 자리다. 페이스북은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경영 실수로 몰락한 시행착오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지금도 회사 간판에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로고를 남겨두고 있다.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