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소매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다.
의류 업계부터 자동차 업계까지 영업점 폐점을 결정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1일(현지시각) 오후를 기준으로 불과 48시간 사이에만 폐점하기로 한 매장이 수 백 개에 달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갭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건물이 가격과 임대료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를 매입한 투자자도 울상이다.
미국 의류 업체 갭이 앞으로 2년 사이 230여개의 매장을 폐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JC페니가 18개 백화점 영업점을 닫기로 한 뒤 불과 몇 시간 사이 벌어진 일이다.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리트를 보유한 L 브랜드 역시 올해 북미 지역에서 53개의 영업점 폐점을 단행하기로 했다.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쇼핑 센터의 갤러리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소매 판매를 온라인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 이틀 사이 발표된 소식은 빙산의 일각이다. 앞서 신발 유통업체 페이레스는 250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고, 유통업체 시어스 역시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씽스 리멤버드는 운영중인 400여개의 영업점을 대부분 폐점하는 한편 나머지는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북스톤도 매장 축소에 돌입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소매업 종말(retail apocalypse)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고,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매장 폐업이 꼬리를 물면서 상업용 부동산 건물의 공실률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장조사 업체 리스 리얼 에스테이트 솔루션스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쇼핑몰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9.0%를 기록해 전년 동기 8.3%에서 상당폭 뛰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임대료와 건물 가격 하락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건물 임대 수입을 핵심 수익원으로 하는 리츠 역시 투자 매력이 꺾일 여지가 높다.
미국 소매업계의 현실은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외형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미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과 고용 호조에도 오프라인 영업점이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은 아마존 시대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소매업체들이 빠져나간 영업점을 휘트니스 센터를 포함해 전자상거래 시장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업체들이 채우는 상황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쇼핑몰 업체 마세리치의 마이클 궈린 리스 부문 부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쇼핑몰 업계가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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