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육계 업체들이 지난해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 생산량 조절에 실패한데다 간편식 등에 쓰이는 수입 닭고기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91%나 줄어든 수치다. 마니커 영업이익도 4억6000만원으로 93% 급감했다. 두 회사는 국내 육계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는 1, 2위 기업이다.
공급이 많았던 탓에 생계(생닭고기)를 제값에 팔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계시세는 마리당(大자 기준) 1100원대까지 떨어져 평년(최근 5년 시세 평균) 대비 35% 하락했다.
실제 거래 시 이뤄지는 '작업시세'가 고시된 시세보다 100~200원 낮게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육계 업체들은 마리당 1000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생계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육계 업체들은 6개월 전에 미리 내년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 병아리를 키워 식용 닭으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월드컵, 팔렘방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잇따라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육계 업체들은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소비가 그만큼 따라주질 않았다. 실제 지난해 국내 닭고기 수급량은 56만5000t로 전년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닭들이 대거 폐사해 공급량이 조절됐음에도 시세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육계 시장이 경쟁 관계에 있다보니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년보다 감소한 생산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큰 스포츠이벤트가 많아 업체마다 생산량을 크게 늘려 시장이 과잉 공급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간편식(HMR)과 순살 메뉴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소비자들의 닭고기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수입육 비중이 커진 것도 국내 육계 업체들의 실적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닭고기 수입량은 12만5556t로 3년 전에 비해 26% 증가했다. 간편식에 포함된 닭고기, 치킨집에서 판매하는 순살과 닭다리 전용 메뉴들의 99%가 브라질 등에서 들여온 수입산 닭고기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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