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과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연계하려다 실패했다. 시는 16일 열린 협약식에 당초 준비한 현수막(왼쪽) 대신 새로운 현수막(오른쪽)을 달았다. 금호타이어 제공
광주광역시가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억지로 연계하려다 노조 반발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업무 협약식이 광주형 일자리 문제로 지연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금호타이어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공장(송정역 인근)을 이전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식을 준비했는데, 광주시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됐다. 금호타이어는 45년 전 건립한 현 공장이 낡은 데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새 공장이 들어설 후보지로는 광주시가 현대차와 함께 완성차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빛그린산단이 유력하게 꼽힌다. 기존 공장 부지는 미래에셋대우가 개발을 맡기로 했다.
광주시는 “시와 금호타이어 노사가 회사 발전 및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자”는 명분을 내세워 공장 이전 업무 협약식에 참여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협약에 포함하겠다”고 금호타이어에 통보했다. 노조 등 회사 내부에서는 “근로자 임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고용을 늘리자는 광주형 일자리와 공장 이전을 연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협약식 체결 당일 문제가 터졌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협약서에 ‘이전되는 신공장에는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인 금호타이어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들을 따로 불러 설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던 협약식은 40분 넘게 지연됐고, 광주형 일자리 관련 문구는 협약서에서 모두 빠졌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이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도 철거되고 다른 현수막이 사용됐다.
광주시는 지난해에도 현대자동차와 완성차 공장을 짓는 방안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역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여 현대차와의 합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바꿔놓고선 현대차에 “수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이 시장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현대차와의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제대로 안 되자 초조해진 것 같다”며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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