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직원이 항공기용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그룹은 태양광, 화학, 금융 분야 실적 부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2018년을 보냈다. 특히 태양광 셀·모듈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의 높은 관세장벽과 중국 보조금 축소로 인해 태양광 시장 수요가 주춤해진 데다 중국이 과잉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방위산업 분야에 과감한 역발상 투자로 글로벌 1위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핵심 사업과 미래 성장기반에 22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지난해 8월 발표했다. 이는 연도별 평균 투자액(3조2000억원)보다 37% 늘어난 공격적인 투자 규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한편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며 “현재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해 덩치를 키우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액 22조원 가운데 9조원은 태양광 발전 장비를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증설하는 데 투입된다. 경쟁 업체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기술과 품질로 경쟁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1위 업체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한화그룹의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진천과 음성사업장, 중국 치둥 공장,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 공장을 포함해 전체 셀과 모듈 생산 규모는 각각 8.0GW로 세계 1위다. 8.0GW는 연간 120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 해당한다. 진천사업장은 빅데이터와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현해 원가 경쟁력도 갖췄다.
항공기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는 4조원이 투입된다. 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방위산업 한류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항공엔진 공장에 찾아가 임직원을 격려하고 베트남 진출 한화계열사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의 베트남 방문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은 한화그룹이 글로벌 항공엔진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부문에는 원가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5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규 리조트와 복합쇼핑몰 개발 등 서비스 산업에는 4조원을 투자한다. 금융부문은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별도로 투자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도 내놨다. 5년간 3만5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는 3000~4000명 수준이었다. 2016년부터 태양광 공장 신설 등 국내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매년 6000명 수준으로 채용 인원이 확대됐다. 새 일자리 창출 계획에 따르면 5년간 매년 7000여 명을 채용하게 된다. 2016년 이전과 비교하면 채용 인원이 약 2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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