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건설현장 전경.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호소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이 지난달 말 기준 12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달 중순 서명운동을 개시한 지 2주일여 만이다. ‘탈원전 반대’를 외치는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누적 기준 700건을 웃돌고 있다. 원자력계는 신한울 3, 4호기만큼은 당초 계획대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울 3, 4호기는 천지·대진 등 다른 신규 원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100% 토지 매입이 완료됐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과의 협의 역시 원만하게 끝났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약 30%다. 설계비, 관리비, 용역비, 지역지원금 등을 합칠 경우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은 6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중 1291억원만 손실 처리했다. 건설 취소를 강행하면 손실액이 훨씬 커질 수 있다.
국가전력 수급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폭염 한파 등 이상 기온이 일상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 발전’을 조기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원자력계 주장이다. 총 2.8GW 용량의 신한울 3, 4호기가 수명기간(60년) 가동할 경우 생산 전력량은 약 1.26조㎾h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33.5GW짜리 태양광발전이 수명기간(20년) 생산하는 전력량(0.88조㎾h)보다 훨씬 많다.
신한울 3, 4호기에 투입될 예정이던 원자로는 ‘APR1400’이다. 세계 최초로 가동된 제3세대 가압경수로 원전으로,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최근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마저 백지화되면 우수한 원전 기술력이 사장되고 원전 수출 생태계도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내에서도 신한울 3, 4호기 백지화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작년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신규 원전 4기(천지·대진) 건설 취소를 의결했을 때 신한울 3, 4호기는 제외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신한울 3, 4호기 취소를 보류했던 것은 (소송 등에 대비해) 협의할 게 남았기 때문”이라며 “신규 원전을 모두 백지화한다는 기존 방침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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