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의 승자는 올해도 패시브펀드였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펀드 상위 10개는 모두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패시브펀드가 휩쓸었다. 거래가 간편하고 액티브펀드에 비해 보수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패시브펀드가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설정액이 1000억원 넘게 늘어난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는 18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패시브펀드가 13개(72%)를 차지했다. 상위 10개 펀드에 패시브펀드가 이름을 올렸다.
패시브펀드 가운데서도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자금이 집중됐다. 하반기 국내 증시가 급락한 후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세를 따라가는 ETF에 돈을 실었다. 올 들어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였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1조660억원 늘었다. 코스피200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면서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ETF인 ‘KODEX200 TR’(7727억원 증가),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는 ‘TIGER 200’(5560억원)이 뒤를 이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올 들어 1000억원 이상 자금을 모은 액티브펀드는 5개에 그쳤다.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정보기술(IT)펀드와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배당주펀드에만 일부 자금이 몰렸다. 펀드 설정액 증가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액티브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1694억원) ‘한국투자 한국의제4차산업혁명’(1449억원) ‘KB 액티브배당’(1257억원) ‘신영 마라톤’(1109억원) ‘맥쿼리뉴그로쓰’(1030억원)뿐이었다.
액티브펀드 자금 유입을 이끌었던 ‘스타 매니저’가 자취를 감춘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액티브펀드 자금 유입이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공모펀드 매니저들의 사모펀드 이직이 잦아지면서 공모 액티브펀드 시장에서 스타매니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액티브펀드보다는 단기 대응이 가능한 ETF로 자금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액티브펀드의 부활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내년에는 시장이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며 “지수로 수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 오면 패시브펀드보다는 액티브펀드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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