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공여죄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후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막막하다”고도 했다.
삼성이 8일 내놓은 상생협력 확대 방안에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력회사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4조원으로 늘려 정부의 동반성장 기조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 4.0’ 사업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1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곳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5년간 창출되는 일자리만 1만5000개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스마트공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동화·지능화 분야의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공장이다. 공장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매출이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거래가 없는 비(非)협력 중소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방 노후 산업단지에 있는 기업과 장애인·여성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1·2·3차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지원 규모도 4조원 수준으로 늘린다.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온 지원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 펀드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협력사들은 상생펀드를 통해 90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을 받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은 2010년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조성·운영하고 있는 만큼 추가 펀드가 조성되면 규모가 3조원으로 늘어난다.
우수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현재 연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들을 위해 2020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인건비 인상분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줄 방침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