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입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교체한다. 현 시스템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르고,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에 저장돼 세계 어디에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ERP 시스템이 적용되면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삼성맨들의 ‘일하는 방식’도 바뀔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0여 년 만에 ERP 재구축
삼성전자는 사내 ERP 시스템을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S/4하나(HANA)’로 교체키로 결정하고, 삼성SDS와 함께 시스템 탑재 작업을 실행할 업체 선정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ERP 시스템을 교체하는 건 10여 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후반 SAP의 ERP를 도입한 이후 시스템만 업그레이드해오다 이번에 새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키로 했다.
삼성이 도입하는 S/4하나의 가장 큰 강점은 속도다. 느린 보조기억장치(스토리지) 대신 빠른 주기억장치(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방식을 채택한 덕분이다. 예컨대 현 시스템에서 문서를 작성하려면 스토리지에 저장된 워드프로세서를 메모리로 불러내는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새 시스템은 메모리에서 곧바로 작업할 수 있다. 앱(응용프로그램) 실행 속도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속도도 훨씬 빠르다.
지리적 장벽도 없어진다.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데다 ERP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국내외 공장을 관리하는 시스템과도 연동돼 수원 본사에서 멕시코 공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공급자관계관리(SRM), 공급망관리(SCM),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도 함께 탑재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비서’ 기능이 들어간 것도 이 시스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삼성전자가 ERP 시스템 교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려면 단순·반복 업무를 최대한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새 ERP 시스템 도입과 함께 표준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다는 얘기다.
클라우드 덕분에 지리적 장벽이 사라지는 만큼 ‘글로벌 삼성’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217곳에 생산 거점과 판매 거점, 디자인센터, 연구소 등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 들어 AI센터를 비롯한 해외 거점을 추가로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 ERP 시스템은 국내망을 먼저 설치한 이후에 나라별, 사업본부별 네트워크를 단계별로 붙인 탓에 ‘완벽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새 시스템은 국내외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환경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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