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무역 담판을 진행중인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현지 경제 석학들 사이에 확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 개방과 환율을 정조준한 미국 측의 압박이 1980년대 일본을 겨냥한 통상 압박과 매우 흡사하고, 경제적인 결과 역시 같은 수순으로 전개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과거 1980년대 일본과 미국 사이에 과격한 무역 마찰이 발생했고, 이를 진화하기 위한 마라톤 협상이 전개됐다.
중국 경제 석학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협상 이후 일본 경제가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장기 불황에 빠져들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요구 사항이 30년 전과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제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과거 플라자 합의와 닮은꼴이라는 의견이다.
플라자합의는 일본과 프랑스, 독일, 영국 그리고 미국이 결의한 조치로, 일본 엔화와 독일 도이체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목적을 뒀다.
이후 2년 6개월 사이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두 배 폭등했고, 수출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플라자합의가 수년간 일본의 자산 버블을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경제 위기와 장기 디플레이션이 한층 더 고조됐다는 것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팀은 90일 시한의 협상 과정에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차단하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경계, 미국의 요구에 저항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앞서 관영 소셜미디어 타오란 노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박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었다.
사사카와 재팬-차이나 프렌드십 펀드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난징대학의 화 성 경제학과 명예 학장은 “최근 진행중인 무역 협상은 중국에 커다란 위협”이라며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다음주 베이징을 방문,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일정 없이 연기된 가운데 통상 구조와 환율 등 비관세 쟁점에 대한 이견이 합의 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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