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와 달러화. 출처=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지금처럼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엔화 가치가 1990년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막샤 트리베디 통화전략가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전략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현재 수준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경우 향후 6개월 안에 엔화가 달러당 15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올해 엔화가 달러당 135엔 정도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망치를 155엔으로 올렸다.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쪽으로 전망을 바꾼 셈이다. 전망이 실현되면 엔화 가치는 1990년 6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게 된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지난 25일 발표한 메모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과 거리를 두며 주식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지원받는다면 엔화는 계속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는 점도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일본은 느슨한 통화 정책을 폈다. 엔화는 올해 주요 10개국(G10) 통화 가운데 최악의 가치 하락을 겪었다. 올해 들어 엔화는 10% 넘게 빠졌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일본의 기조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낮다”며 금융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내년에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내년 말에는 달러당 135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6개월간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거나 예상보다 빨리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으로 돌아설 경우 혹은 두 가지 형태가 모두 나타난다면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전날보다 0.05% 오른 146.51엔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6.75엔까지 오르며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