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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급등에 국내 금리도 '들썩'

입력: 2023- 08- 09- 오전 01:00
美 국채 금리 급등에 국내 금리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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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시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20년물, 30년물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채권 금리 하락(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한 발 앞서 움직였던 채권 개미들의 비명이 흘러나온다. 뿐만 아니라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동결에도 국내 시중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치솟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왜?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 시각)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189%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들어 3.8% 수준에 머물렀던 10년물 금리는 3일 4.198%까지 치솟은 후, 미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7일(현지시각) 소폭 하락한 4.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10월의 4.231%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10년물 금리의 상승세 배경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경기 전망을 반영한다. 장기물 금리의 상승은 시장에서 향후 경기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가 부드러운 하강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10년물 금리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엔캐리 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 역시 미 국채 투자 심리를 약화시켜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은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종전 0.5%에서 1%로 사실상 올리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 결과 자국 내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고, 초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채 등에 투자하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미국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린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사실상 국채 투자등급으로 강등이며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 방침도 국채 금리를 부추기고 있다. 미 재무부는 올해 3분기 시장 조달 금액을 7260억달러에서 1조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TGA(Treasury General Account, 재무부 현금잔고) 역시 기존 추정치 대비 500억달러 증가한 6500억달러로 조정했다. TGA는 연방정부가 연준에 개설한 계좌로 세금이 많이 걷히거나 정부가 국채발행을 통해 차입을 늘리면 증가한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채권 개미 한숨

올해 초 3.8%대에서 최근 4%대로 치솟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채권 개미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하락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중 AI 종목과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순매수했다. 특히 미국 장기채 ETF는 6월에 이어 7월도 순매수 상위권을 휩쓸었다.

1위는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 (NASDAQ:TLT)’로 총 1억1295만달러(약 1440억원)를 사들였다. 2위는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NYSE:TMF)’로 1억568만달러(약 1347억원)다. 해당 ETF는 미국 장기채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차입) 상품이다.

특히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X ETF’는 지난 3일 기준 채권 개미들의 순매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ETF에는 연초부터 지난 3일까지 누적 기준 7억4139만달러(약 9631억원)의 순매수 자금이 몰렸다.

채권 개미들은 채권 금리 하락(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올해 초부터 빠르게 움직였고, 실제 4월 중순까지는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던 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최근에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는 지난 7월28일~8월4일 수익률이 –11.42%로 상장 ETF 중 가장 부진했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채30년 스트립액티브(합성H) (KS:458250)는 9.05%,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는 8.8% 각각 하락했다.

한국 국채금리ㆍ시중금리도 오름세...향후 전망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2%에 육박했던 지난 4일 우리나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3.876%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에는 다소 내렸지만 3.7~3.8%대를 오갔다. 

국채 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끌어올려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를 밀어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 한동안 주춤했던 대출금리는 최근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08%~6.937% 로 상단이 7%에 근접했다. 

향후 금리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로 재무부의 채권 발행액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적어도 9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현재 상황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NYSE:BRKa) 회장은 3일(현지 시각) CNBC 인터뷰에서 ‘지난주 미 국채 100억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이번 주에도 그만큼 샀다’며 ‘걱정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미국 국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슬로우 다운하면서 금리도 조금씩 천천히 내려올 것으로 본다”며 “채권이 지난주에는 손실이 났겠지만 미국 채권이 지금 만기에 따라 4.5%~ 4.6%를 주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금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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