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물가상승률까지 나왔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0% 올랐다. 지난 1월(6.4%)보다 떨어졌고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CPI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Fed의 긴축 효과가 물가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2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4.2%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CPI는 시장 예상치와 대체적으로 부합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1%)를 소폭 밑돌았고 블룸버그 전망치(6.0%)와는 같았다. 전월 기준으로 2월 CPI는 0.4% 상승했다. 다우존스 예상치인 0.5%보다 낮았다. 하지만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5% 올라 시장 전망치(0.4%)보다 소폭 높았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가격 부담은 줄었지만 주거비와 교통비 상승률이 높았다. 2월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0%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천연가스 가격이 8.0% 하락하면서 에너지 부문 가격은 전월 대비 0.6% 내렸다. CPI의 34%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교통비와 의료 서비스 비용도 2.1% 올랐다.
CPI 발표 직후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포인트 이상 오르며 연 4.25% 수준에서 움직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소폭 상승해 연 3.56%를 넘어섰다.
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게 나오면서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CPI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3월 FOMC 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71.6%에서 84.9%로 높아졌다. 동결 가능성은 28.4%에서 15.1%로 줄었으며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제로(0)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VB 파산으로 인한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월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던 바클레이스는 이번주 들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현재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신정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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