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포도’의 대명사로 불리던 샤인머스켓이 저품질로 매도되면서 샤인머스켓 재배 농가들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추석 전후로 출하 시기를 앞당긴 ‘불량 샤인머스켓’이 시장이 대거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고산지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켓을 들여오고 농장을 지정하는 등 품질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수는 묘목을 심어야 하는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만큼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품질 샤인머스켓 시중 유통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 절대량은 늘었으나 품질 저하로 오히려 수출 포도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경북 영천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김모씨(49)는 “모든 샤인머스켓이 저품질로 매도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작년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마켓컬리 등은 고품질 샤인머스켓 확보전에 나섰다. 이마트는 저품질 샤인머스켓을 감별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고산지 샤인머스켓 물량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샤인머스켓 농장 20여곳을 선정해 고당도 상품을 확보하는 중이다.
지자체 차원의 대책도 나오고 있다. 품질 저하는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경북 영천시나 김천시 등 산지에서는 샤인머스켓 조기출하를 단속하는 중이다.
‘불량 샤인머스켓’이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된 것은 지난해 추석 전후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상품화를 위해 덜익은 샤인머스켓이 시중에 대량으로 공급됐다. 조기출하한 샤인머스켓은 덜익어 껍질이 질기고 맛과 당도가 고품질 상품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샤인머스켓의 당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알이 작아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농가에서 재배한 제품의 상품이 출하되는 게 원인”이라며 “저품질 상품을 먹어본 소비자는 다시 샤인머스켓을 구매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켓 공급 급격하게 늘어나샤인머스켓 가격은 공급 증가와 소비 둔화로 폭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샤인머스켓 상품의 가격은 2kg당 평균 2만3855원으로 작년(3만7611원) 대비 36.5% 하락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3만7000원~3만80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격은 반토막 난 셈이다. 샤인머스켓 공급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수년간 재배 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만2795㏊였던 포도 재배 면적은 2021년 1만3388㏊로 늘었다. 이 중 26.7%인 3579㏊가 샤인 머스캣 재배지다. 샤인머스켓은 당도가 18~19브릭스로 일반 거봉(14브릭스)에 비해 높고, 씨가 없어 먹기 편리해 1인 가구 중심으로 유행했다.
공급은 늘고 소비는 줄었다. 농가들은 작년 9~11월 샤인머스켓을 대거 재배해 저장해 둔 상품을 지난달 설날을 맞아 다량으로 내놨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샤인머스켓 판매량이 예상과 다르게 저조했다.
업계에서는 샤인머스켓 재배 업체들의 어려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수 특성상 한번 재배하기 시작하면 묘목을 베어내지 않는 이상 계속 재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민수 록야 대표는 “블루베리 아로니아도 열풍이 지나자 가격이 폭락했다”며 “전체적으로 시세가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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