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코스피지수가 10.43% 올랐습니다. 전세계 어느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입니다. 1월 초 2100선까지 떨어졌던 것이 무색하게 이제는 2500선 돌파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달 새 20~30%씩 오른 개별 종목도 수두룩합니다. 갑작스런 랠리에 미처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포모 증세(Fear Of Missing Out·소외 불안)까지 느껴야 했습니다.
지수가 오르는 내내 시장 참가자들은 내심 얼떨떨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들이 2023년 연간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일제히 입을 모아 “올해 증시는 상저하고 흐름”이라고 외쳤으니까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보고서 중 하나인 연간전망이 왜 보기좋게 빗나갔을까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두달 전까지만 해도 유럽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며 봉쇄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기업실적까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었으니 올 상반기 증시 성적이 좋을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일관하던 중국은 지난해 12월 '위드코로나'를 선언했습니다.
유럽 경기도 선방했습니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유럽 경기 발목을 잡던 천연가스 가격이 곤두박질친 덕분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MMBTU당 10달러에 육박하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현재 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우려하던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지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가장 먼저 반영됐습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아 경기에 민감한 한국 증시가 제일 빠르고 강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됐던 것입니다. 거기다 미 소비자물가(CPI) 수준도 빠르게 예상 가능한 범위 안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증권사들은 뒤늦게 코스피 예상 밴드를 서둘러 수정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밴드를 2000~2650에서 2200~2800으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상단입니다. 1월 2140~2340을 제시했던 대신증권도 2월 예상 밴드는 2180~2530으로 높여잡았습니다. 신한투자증권도 예상 밴드를 1월 2150~2350에서 2월 2250~2550으로 올렸습니다. 지수가 2500선 부근까지 올라오면서 상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틀리긴 했지만, 무턱대고 비난하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유럽의 이상기온이나 중국의 갑작스런 코로나 관련 정책 선회를 미리 알 수 있는 건 ‘신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1월 랠리’ 이후 증시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금 여의도 증권가에는 장밋빛 전망이 훨씬 우세해졌습니다. 어쨌든 작년보다는 나은 투자 여건이 올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이번 전망은 맞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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