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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듭되는 전기차 관련 오보의 폐해

입력: 2022- 12- 30- 오후 08:07
© Reuters [기자수첩] 거듭되는 전기차 관련 오보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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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잘못 전달해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언론의 오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시설물 화재 기사를 다루며 정확한 사실 확인없이 화재 원인을 전기차로 연결짓는가 하면 전기차 차량의 화재는 무조건적으로 배터리 문제로 단정하기도 한다. 특정 브랜드의 전기차 서비스센터 운영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지난 9월 26일 대전시 유성구에서 발생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는 언론의 잘못된 전기차 보도 행태를 노출시킨 대표적 사례다.

사고 당시 일부 매체는 기사 제목과 본문에 ‘전기차 폭발 추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소방서는 이같은 언론의 표현을 부인했다.

현대차 (KS:005380) 아이오닉 6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

현장 출동한 소방관은 “왜 이런 표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화재 사고의 원인은 내연기관 트럭의 배기가스에 붙은 종이상자와 연관됐다는 사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 결과를 통해 나왔다. 이 결과가 나왔음에도 인터넷상에는 당시 화재가 전기차와 연관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에 대한 오보 사례도 흔하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6일 오전 6시19분께 부산 북구 만덕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테슬라 (NASDAQ:TSLA) 모델 3 화재 사고다.

한 경제 매체는 이 소식을 전하며 “전기차 화재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열폭주 때문에 발생된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해당 차량 화재가 배터리와 연관됐을 것이라는 기자의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고 차량은 발화 이후 25분만에 불이 꺼졌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발화 지점이 배터리일 경우, 현재 기술로는 25분만에 진화가 되지 않는다”라며 “부산 테슬라 모델 3 화재 사고는 외부 전장부품 배선 문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사고 차량 차주도 네이버 (KS:035420) 테슬라 카페에 댓글을 남겨 차량 구입 후 애프터마켓에서 오토프렁크(앞쪽 트렁크를 전자동으로 열게 하는 기술), 블랙박스 등을 추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장치는 모두 차량 배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차 화재를 무작정 배터리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테슬라 모델 3, 모델 Y (사진=테슬라)

또 다른 경제 매체는 테슬라 관련 서비스센터 현황에 대해 “테슬라는 직영 A/S 센터가 용인 등에 있지만 전국 10여곳 센터 중 대부분은 타 브랜드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테슬라는 국내에 경기도 용인을 포함해 총 9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사고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 ‘바디샵’을 15곳 운영하고 있다. 9개 서비스센터는 테슬라가 외부 브랜드에 맡기지 않는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바디샵은 국내 수리 전문 센터와 협약을 맺은 상태에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객 요청 시 원하는 장소에서 정비를 받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겨울이 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지적하는 기사도 해마다 반복된다. 실제로는 추운 날씨에도 배터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다수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지만, 이 사실은 국내 언론 기사를 통해 찾아보기 힘들다.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한 기사도 있다. 서울 옥수역 인근 공영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화재 사고가 대표 사례다.

당시 해당 지역 충전소는 아직 개통 전인 상태였고, 충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케이블선 피복 문제가 화재를 일으킨 원인이었다. 충전기는 화재로 인한 피해가 없었고, 화재의 원인을 제공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충전 기기에 연결된 배전쪽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왜곡된 정보가 한 방송 기사에 나오면서,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 필요 이상의 걱정을 자아냈다.

이처럼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 기사들이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6% 늘어난 1만6674대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15만5892대로 LPG 차량(7만9375대) 대비 약 2배 많고, 하이브리드(19만3998대)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2023년에도 전기차 보급 확산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아에서는 대형 SUV급 전기차 EV9을 출시하고 수입차 업체들도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확한 전기차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단순히 전기차를 혐오하거나 왜곡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보도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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