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 회사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상승 여파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과는 대비된다. 자동차금융 등 전통적인 소매금융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부문을 확대한 게 실적 호조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금융이 새 먹거리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자회사인 신한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203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나 증가한 것으로 4대 금융지주 캐피털사 중 최대 순이익을 냈다.
KB·하나·우리금융캐피탈도 모두 순이익이 늘었다. KB캐피탈은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38.2% 늘어난 150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은 50.6% 증가한 1250억원, 하나캐피탈도 30.0% 늘어난 163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4대 금융지주 캐피털사의 실적 고공행진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소매금융 대신 기업금융 비중을 늘린 덕분이다. 기업금융 전문인 신한캐피탈을 제외하더라도 KB캐피탈은 기업금융 비중을 19.5%로 작년 상반기 대비 6.44%포인트 늘렸다. 하나캐피탈도 35.2%로 전년 동기(30.3%)보다 4.9%포인트 높아지는 등 기업금융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기업금융 비중은 작년 상반기(25.8%)보다 2.4% 늘어난 28.2%를 기록했다. 4대 지주사 모두 은행 카드 등 경쟁이 치열해진 사업 분야를 줄이고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기업금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 가능캐피털사의 자산 대부분은 기업 운전자금이나 사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대출채권으로 구성된다.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영업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런 사업 특성상 고위험 자산군에 속하는데도 금융지주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캐피털 사업을 통해 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신규 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캐피털사의 전통 사업이었던 자동차담보대출과 리스 등 자동차금융 분야가 카드사 등과의 과당경쟁 탓에 수익성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와 은행 캐피털사 등 계열사가 연계해 진행하는 글로벌투자금융(GIB) 분야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사업을 강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지주가 수익을 내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중심의 사업 대신 ‘투자은행’ 역할이 중요해지는 추세”라며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지주사 캐피털에서 발행해 수익을 올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털사의 건전성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연체율을 방어할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 PF가 대표적이다. 캐피털사들은 기업금융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 플랫폼 금융 등으로 사업을 분산할 계획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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