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은행권의 연 소득 이내 신용대출 한도가 폐지되면서 대환대출(갈아타기)에 나서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씨티은행을 이용 중인 차주들도 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달부터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대출자의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농협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0~100%에서 30~270%로 변경했다. 연봉의 최대 2.7배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농협은행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소호대출) 한도도 연봉의 305%까지 높였다. 단, 개인 신용대출과 소호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는 각각 2억5000만원, 1억6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국민은행은 신용등급과 소득 등을 감안해 연봉의 2배까지 신용대출을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연 소득의 200% 한도로 확대한다.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과 우리주거래 직장인대출 한도를 기존 100%에서 120~150%로 확대한다. 신한은행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5~2배로 확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폭증에 따라 대출 총량 관리를 시행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해당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정했지만, 따로 기한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제한 규정이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신용대출 한도가 확대되면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기에 나서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가운데 은행권에서 대출 영업 확대를 위해 일부 대출금리를 낮췄다는 점도 차주들의 갈아타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지명 씨는 "연봉의 1.3배 한도로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 초에 확인해보니 추가로 한도가 잡혔다"며 "사용 중인 마이너스통장을 다른 은행에서 확인해보니 금리가 0.3%포인트나 낮아져 바로 갈아타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마통 금리가 0.9%포인트 올라서 4.7%가 됐는데, 이번에 갈아타면서 우대금리도 적용돼 4.1% 정도로 낮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김영우 기자 특히, 씨티은행의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들도 발 빠르게 대출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다. 씨티은행이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 토스뱅크 외에 다른 시중은행도 대환대출 경쟁에 나섰다. 최근엔 농협은행도 씨티은행 대환 전용 상품인 'NH로 바꿈대출'을 내놨다. 1억5000만원 한도로, 우대금리를 최대 적용 시 최저 연 4.19% 금리를 제공한다.
직장인 정지연 씨는 "씨티은행 신용대출을 6%대 금리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환대출을 통해 하나은행으로 3% 중반으로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며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이번에 이자 부담을 낮추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밝혔다.
다른 직장인 김동환 씨도 "시중은행에서 씨티은행 대환대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서 은행들을 모두 알아본 결과, 국민은행이 대출금리 0.4%포인트를 낮춰줘 제일 금리 하락 폭이 컸다"며 "선착순 1만명에게 0.3%포인트 이자를 6개월간 지급한다고 해서 총 0.7%포인트 금리를 낮췄고, 여기에 금리인하요구권도 추가해 최종 0.8%포인트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차주들이 발 빠르게 갈아타기에 나서는 이유다. JP모건은 한은이 이번 달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상,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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