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풀어줬지만 완화조치 시행 첫날 이에 응한 상장사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폭락장과는 달리 경기둔화가 지속될 수 있는 시점에서 한꺼번에 자사주 매수를 할 필요성이 적다고 보고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자사주매입을 체결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92곳이었다. 이중에서 기존의 자사주 매입 한도(직접취득의 경우 신고주식수의 10%·신탁취득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를 넘겨 자사주 매입을 체결한 상상사는 한 곳도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10월 6일까지 자사주 매입 한도를 전면 해제했다. 직접취득의 경우 취득신고한 주식수 전체를, 신탁취득의 경우 신탁재산 총액 범위 전체에 해당하는 주식을 하루에 살 수 있게 했다. 수급이 얄팍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기업이 대규모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면 증시가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화조치 첫날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직전에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했던 코로나19 당시와도 크게 차이가 났다. 금융위는 2020년 3월 16일부로 자사주 매입 한도를 전면 완화했는데, 완화 당일에만 한화솔루션, 미원상사 등을 비롯한 상장사 9곳(직접취득만)이 기존의 매입한도를 넘어선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바 있다. 신탁계약을 통해 체결한 상장사가 더 있을 것을 감안하면 두자릿수의 상장사가 매입 한도를 넘겨 자사주를 샀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금융당국의 증시안정 조치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급락 시기에는 급락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아서 기업들도 자사주를 한꺼번에 대규모로 살 유인이 있었다"며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지금은 주가 급락이 당분간 더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사주를)사는 게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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